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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by 황상열

오랜만에 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몇 년전 모임에서 알게 되어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다. 그도 책 한 권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출간 후 작가와 강연가로 살고 싶어 몇 년간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성과가 나지 않자 다시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갔다.


“잘 지내시죠? 황작가님. 요새 SNS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해요. O작가님도 잘 계시죠? 하는 일은 잘 되시나요?”

“똑같아요. 다른 것 하고 싶어서 나갔다가 본전도 못찾고 다시 하던 일로 돌아왔네요. 상열씨는 그래도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저도 똑같이 지내고 있어요.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 하면서 책 읽고 글을 쓰는 생활은 늘 같습니다.”

“그래도 참 꾸준하게 하면서 책도 계속 출간하고, 강의도 많이 하는 것 보면 대단해요. 사실 처음 봤을때는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 못했거든요.”

“하하하. 그래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다보니 그냥 조금씩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게요. 더 잘 될 거에요.”


감사하다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잊지 않고 여전히 나를 응원해주는 그 지인에게 참 고마웠다. 7년 넘게 계속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다. 10년 전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서 어떻게든 다시 살고 싶었다. 인생의 변화를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단지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부정적인 마인드를 바꾸고 싶어 시작했던 두 개의 도구였다. 아무리 바빠도 주변에서 왜 그런 걸 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말에도 신경쓰지 않고 매일 조금씩 읽고 썼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이 읽고 쓸수록 인생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할 줄 아는 것도 많지 않다. 그나마 독서와 글쓰기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니 스스로 조금은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독서와 글쓰기로 인해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매일 읽고 쓰면서 알게 된 나의 경험과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다른 사람의 성장도 돕고 베풀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신기하다.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준 내 자신에게 감사하다.


오랜시간 동안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있다. 만날 때마다 돈도 되지 않는 글을 왜 계속 쓰냐고 비아냥거렸다. 그 소리에 의기소침하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의 말에 신경끄고 부족한 내 글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쓰고 또 썼다. 이제는 오히려 글을 한번 써보고 싶은데 알려달라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는 다음과 정리할 수 있다. 지금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비난하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관계가 멀어진다면 성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목표를 향해 가면 갈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두려움이 커지는 것도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면서 나아가다 보면 거기에서 배우고 한 단계 더 올라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나가는 사람들은 반드시 성장하게 되어있다.


계속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비난도 계속 들린다. 나는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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