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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압감이 생겼다는 것은

by 황상열

개그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개그맨들이 나와 자신만의 개인기를 펼치는 중이다. 앞에 있는 관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웃고 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박수까지 치고 있다. 그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다. 얼굴 표정은 같이 따라 웃고 있지만, 가슴은 답답하다. 내 안에 바위 하나가 들어간 느낌이다. 그 큰 돌덩이가 나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


개그 콘서트가 끝났다. 그 돌덩이가 누르는 힘이 너무 심해진다. 머리도 아파온다. 그나마 예능 프로그램으로 웃으면서 잊을 수 있었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잠들기 위해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을 청하기 위해 양을 세 보지만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결국 새벽까지 못자는 일이 많아졌다. 불면증이 생긴 것이다.

안 그래도 예민한 성격에 마음까지 무거우니 미칠 지경이었다. 10여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혼자서 3~4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매일 일이 넘쳤다. 여기저기 발주처나 지자체 공무원의 전화는 계속 울린다. 그들의 요구를 시간내 처리할 수 없으니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게 쌓이다 보니 중압감이 생긴 것이다. 선천적으로 기한 내 약속을 지켜야 직성이 풀리고 마음이 편해지는 스타일이다. 일을 미루는 것에 대해 강박관념이 있었다.


중압감이란 “어떤 일에 부담을 느낌. 강요되거나 강제된 일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즉 회사일이나 개인적인 일 등을 포함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어렵거나 그 양이 많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부담을 느끼는 감정이다.


중압감이 생기면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생긴다. 바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더 이상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일이 쌓이고 기한은 지나고 감정은 더 예민해지다가 퇴사나 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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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압감을 견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우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지금 내가 정확하게 무엇 때문에 중압감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내 감정의 상태와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 등을 숨김없이 모두 쓰는 게 중요하다. 두서없이 쓰다보니 꽤 많은 양이 나왔다. 한 줄도 못 쓸줄 알았는데, 일단 글로 옮겨보니 객관적으로 내 상황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다 썼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씩 천천히 읽어본다. 그 중에서 제일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찾았다면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자. 그 한 가지가 지금 중압감의 원인이다. 그럼 새로운 종이를 준비하고, 그 원인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 그리고 그 중에 지금 내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한 가지만 남기고 다 지우자. 당장 한 가지 해결책을 실행에 옮기자. 일단 시작하면 중압감이 조금 사라질 수 있다.


중압감은 두려움도 포함되어 있다. 두려움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걱정을 버리고 일단 시작하면 그 두려움도 반으로 줄어든다고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중압감이 생겼다는 것은 지금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면 조금은 쉬어가도 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처리하자. 그리고 조금은 내려놓자. 일이 밀리면 어떤가? 내 몸과 마음의 건강보다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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