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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비스킷 통이야

by 황상열

다시 한번 9월 초 울산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2학기 온라인 클래스 요청을 받았다. 9월말 까지 영상을 찍어 보내야 했다. 바쁜 일상과 추석 연휴 등으로 인해 영상 촬영을 미루다가 이번 주부터 조금씩 찍어서 오늘 마무리해서 보냈다. 영상을 찍기 전에 강의 자료를 다시 정리하다가 한 구절을 발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인생이란 비스킷 통이라고 생각하면 돼.”


오랜만에 이 구절을 읽어보니 신선했다. 인생이 우리가 자주 먹는 비스킷 통이라니. 서로 다른 두 개의 단어가 이렇게 연결이 되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다음 구절을 읽어보았다.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있는데, 거기에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만 먹어버리면, 나중에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 인생은 비스킷 통이야.”


이 구절까지 읽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나이가 들다보니 정말 비스킷 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좋아하는 것부터 고른다. 좋아하는 것이 없어지면 싫어하는 것 밖에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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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것을 피하면 다행인데 그렇게 되지 않으니 괴롭다. 어쩔 수 없이 싫어하는 것도 해야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싫어하는 것만 피하다가 결국 더 괴로운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경우를 직접 겪거나 많이 봤다.

거꾸로 그다지 좋아하는 비스킷을 먼저 먹으면 좋아하는 것만 통에 남게 된다. 인생에서 처음에는 두렵고 괴롭지만 일단 시작하고 견디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는 이치와 같다.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서 괴롭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참고 지속하고자 한다.


그것이 회사 업무나 글쓰기든 또 다른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동안 너무 좋아하는 비스킷만 먹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요새 마음이 좀 공허한 이유를 몰랐는데, 이 구절을 보니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혹시 지금 너무 좋은 비스킷만 먹고 있다면 나중에 꼭 탈이 생기니 조심하자. 인생은 정말 비스킷 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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