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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단 한가지 이유

by 황상열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30대 중반.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생존독서에 몰입했다. 많은 책을 읽고 적용했다. 그 책 중에 도움이 가장 많이 되었던 책이 한 권 있다. 오구라 히로시의 <서른과 마흔 사이>였다. 딱 35살 나이다 보니 그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띄었다. 책을 펼쳤더니 가장 앞에 나오는 첫 꼭지 제목이 보였다.


“과거에 먹이를 주지 마라.”


과거에 먹이를 주게 되면 자꾸 과거에 매몰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과거에 매몰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지나간 시간에 일어난 일은 빨리 잊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해고를 당하고 나서 한동안 괴로웠다. 1년뿐인 영광이었지만 사장님 다음으로 총괄하는 자리까지 올라갔다.


물론 월급이 밀려서 다른 사람들이 그만두게 되어 어부지리로 얻게 된 자리이지만 내심 기뻤다. 직급은 과장이지만 권한이나 책임은 임원 위치에 있을 정도였다. 좋게 말하면 사장님이 안 계시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업무에 중대한 일이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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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나름대로 그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새로운 일을 수주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하지만 너무 자만하고 지나쳤는지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회사에 해를 끼치고 나오게 되었다. 왜 잘리게 되었는지 망각했다.


과거의 영광에만 집착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예전 잘 나갔던 시절의 이야기만 꺼냈다. 정신차리라고 하는 친구와 지인들의 말에 화를 냈다. 현실은 시궁창인데 왜 자꾸 지나간 과거에 매달리냐는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과거에 먹이를 주지 말자라고 다짐하면서 예전의 영광은 잊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아예 지워버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과거를 그래도 기억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 실패를 거울삼아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희망으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자만하고 지나쳤던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했다. 단지 회사의 직함만 있을 뿐이었는데, 모든 일이 나를 통해서 거쳐가야 잘 되는 줄 알았다. 내가 실력이 있는 줄 알고 착각했던 것이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내 실력을 키우기로 했다. 다시 맞이할 내 미래에는 회사 직함이나 다른 브랜드의 힘을 빌리지 않는 오로지 내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 뒤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원래 본업 공부도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예전보단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많이 바뀌지 않았지만.

과거에 먹이를 주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과거의 내 모습을 바라보자. 그 잘 나가던 모습에 갇히지 말자. 왜 실패했는지 거기에서 무엇을 배워 다시 나아갈 수 있는지만 판단하자. 그것을 희망으로 바꾸어 자신의 근사한 인생을 만나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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