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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혼자 울고 있는 그 시절의 당신을 구해주세요.

by 황상열

19살 이맘때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끝났다. 그날 밤 가채점을 했다. 평소에 보던 모의고사 점수보다 배나 떨어졌다. 수능 역사상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가고 싶었던 대학을 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몇 점을 맞았는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내심 명문대 진학을 기대했던 아버지에게 혼나는 게 무서웠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을 피해 친한 친구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12월 실제 성적이 나왔다. 2교시 수리영역 즉 수학시험을 망쳤다. 수학을 원래 못하기도 했지만, 답안지를 밀려쓴 것이 확실했다. 전체적으로 점수가 확 떨어졌다. 결국 원하는 대학에는 갈 수 없었다. 재수를 권하는 아버지에게 반항했다.


다시 1년 동안 수험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못가는 현실에 방황했다. 아직 어린 나이라 그런지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좌절했다. 하루종일 인상만 쓰고 있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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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더 큰 방황을 했다. 매일 한숨만 쉬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신세 한탄만 했다. 잠시 잘 나갔던 과거 시절을 그리워했다. 그것보다 여전히 좋은 직장에서 탄탄대로를 걷는 친구와 지인들을 부러워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가족들이 자는 새벽에 혼자 나와 많이 울었다.


인생의 시계는 힘든 순간이 와도 즐거운 영광을 만나도 계속 흘러간다. 아프면 아픈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나도 그 순간을 맞이하면서 살아왔다. 어느 덧 마흔 중반이 되었다. 19살에 입시 실패로 힘들었던 나, 35살 해고를 당하고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나... 지금 그 시절의 나와 다시 마주한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힘들고 지친 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잘 살아줘서 고마워.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글도 쓰고 책도 출간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지지 않았을까? 앞으로의 인생도 물론 파도가 치거나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도 잘 헤쳐왔으니까 예전처럼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


이제야 조금 혼자 울고 있는 그 시절의 나를 토닥여본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예전에 힘들었던 그 시절의 자신을 구해줘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여기까지 살아온 자체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당신 자체가 보석이고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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