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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이유를 찾아보자

by 황상열

10여 년 전 전 직장에서 재개발 사업 인허가 프로젝트를 맡아서 수행 중이었다. 재개발 조합이 발주처였다. 조합장의 성격이 다혈질이라 인허가 업무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업무를 잘 조율하여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진행했다. 그 프로젝트 외에 다른 업무로 지방에 내려가는 중에 조합장에게 전화가 왔다.

“황과장! 어디야?”

“안녕하세요. 조합장님! 지금 다른 업무로 지방에 출장가는 중입니다.”

“당장 차 돌려서 조합으로 와!”

“네? 이미 다른 업무 회의 시간이 잡혀 있어서 지금은 갈 수가 없습니다.”

“오라면 오지. 무슨 말이 많아?”

“회의 끝나고 바로 가겠습니다. 그런데 가도 저녁 늦게 될 듯 합니다.”

“당장 안와? 지금 우리 일이 급한데!”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지금 말씀해 주시면 제가 여기서 해결할 수 있으면 해보겠습니다.”

“그냥 빨리 와! 1시간 내로 와.”


조합장은 막무가내다. 답답했다. 그래도 미리 잡힌 약속이 중요하여 무시하고 다른 일부터 처리했다. 회의중에도 조합장의 전화는 계속되었지만, 받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이제 출발해도 2시간은 걸린다고 했더니 회사에 직접 전화를 하겠다고 한다. 나도 화가 나서 그렇게 하라고 소리질렀다. 상사에게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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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거야? 00구역 조합장이 화가 엄청 났던데.”

“갑자기 전화와서 빨리 들어오라고 하는데, 저도 미리 잡힌 다른 업체 약속이 있어서 끝나고 가겠다고 했더니 저렇게 나오시네요.”

“야! 그러면 거길 먼저 가야지!”

“이 프로젝트도 지금 중요한 단계라 회의만 하고 바로 가려고 했습니다.”

“빨리 가봐!”


상사라도 내 입장을 이해할 줄 알았지만 그 반대였다. 서러웠다. 지금 맡은 프로젝트 모두 나에게 중요했는데, 다들 각자 입장에서만 이야기한다. 이해도 되지만, 그래도 억울했다. 감정을 추스르고 차를 몰아서 조합에 갔다. 벌써 밤 7시가 넘었다.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조합장님 안 계세요. 퇴근하셨어요.”

어이가 없었다. 빨리 오라고 해놓고 본인은 집에 들어갔다. 다시 전화를 했다.


“황과장! 미안... 내일 다시 와서 이야기해.”


무슨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났지만 참았다. 집으로 가는 내내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답답했다. 바쁜 일을 처리하기 급급했다. 그 날 따라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싶었다.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일이 힘들어도 살아갈 이유가 명확했다면 좋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삶의 의미도 모른 채 몇 년간 더 살다가 결국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책을 보고 있다. 이런 챕터의 제목이 나왔다.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앞으로 자신의 인생 방향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엉망진창으로 살아왔다 하더라도 정말 되고 싶고 갖고 싶고 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면 그것이 살아갈 이유를 찾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계속 읽고 쓰다 보니 인생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알려주고 싶었다. 읽고 쓰는 삶을 만나면 더 근사한 자신의 인생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여전히 인생의 방황을 겪고 있다면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자. 그것을 찾을 수 있다면 이미 당신 인생의 변화는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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