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가 있다. <시간탐험대>라는 제목의 만화다. 주전자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었다. 9살의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타임머신을 탄다면 미래로 가고 싶었다.
우연히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시간탐험대> 영상을 발견했다. 약 30년 지나 다시 보게 되니 반가웠다. 잠깐이지만 9살의 나로 돌아간 시간이었다. 보면서 이제는 타임머신을 탄다면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보았다.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른 시절이 두 개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두 번의 시절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망쳤던 19살, 10년 전 인생 최악의 경험을 했던 35살의 나에게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돈데크만(시간탐험대 주전자 모양의 타임머신)에게 그 시절로 데려다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갑자기 출발한다.
눈을 떠보니 친구네 집에서 게임중이다. 19살의 내가 보인다. 만나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좋은 대학 못 갔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리 힘들어 했니? 살아보니 대학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실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게 사회더라구.”
19살의 내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집에 간다고 나갔다. 나는 다시 타임머신을 탔다. 다시 내려보니 해고된 35살의 나를 만났다. 한숨 쉬고 있는 그 시절의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힘들면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있어. 하지만 좀 더 참고 견디는 방법을 배워보면 어땠을까? 나이가 들면서 내려놓으면서 인내하다 보면 힘든 시간도 지나가고 좋은 시절이 다시 오더라구. 인생은 좋고 나쁨의 반복이 아닐까 싶어.”
나를 보는 그 시절 나의 눈빛이 반짝였다.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왔다. <마흔이 처음이라> 책을 들고 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그런 시절을 잘 이겨내고 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냥 잘 참고 견뎌준 내 자신이 고마웠다. 그리고 흔들리는 나를 옆에서 지켜준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고 싶다.
다시 타임머신을 타라고 한다면 타지 않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미래에 어떻게 되어 있을지 궁금하지 않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잘못된 내 모습은 인정하고 잊어버렸다. 오로지 지금 현실에 충실하면 앞으로 다가올 나의 미래는 근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느 시절로 가고 싶은가? 타임머신을 타고 힘들었던 그 시절의 당신과 만나서 용서해 주고, 다시는 타지 않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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