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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하찮은 일은 없다

by 황상열

10년 전에 다녔던 전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과장 직급으로 근무하던 나는 매일 업무가 과다했다. 직원을 새로 뽑아달라고 회사에 건의를 여러 번 했다. 회사 사정이 좀 나아지자 한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공고를 구직 사이트에 올렸다. 신입과 경력이 2년이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지원을 많이 했다. 그 중에 괜찮은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한 명을 뽑았다.


회사에 면접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 충성하겠다고 한다. 입사하고 처음에는 의욕이 불탄다. 시간이 갈수록 그 열정이 사그라든다. 그 직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면접 볼 때 열심히 하겠다고 또박또박 나와 사장님 앞에서 이야기했다. 그 똘망똘망한 눈빛이 마음에 들어 내가 뽑자고 해서 졸라 들어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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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후 아직 신입이라 본 업무에 투입시키기는 어려웠다. 자료 복사나 취합, 사무실 정리 등을 지시했다. 갑자기 표정이 바뀌면서 마지못해 일을 시작했다. 대충 하는 시늉만 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내가 무슨 일을 그렇게 하냐고 했더니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다.


“제가 이런 하찮은 일 하려고 회사에 들어온 거 아닌데요.”


순간 얼음이 되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잠시 가라앉히고 물었다.


“지금 본 업무에 투입하는 것은 아직 어렵고, 며칠 적응하면 하나씩 보조 업무를 줄거에요. 학교에서 배운 것과 회사에서 실제로 하는 것은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자료 복사와 취합도 중요한 일인데 하찮은 일은 아니죠.”

“아! 진짜 저 그만둘게요.”


그 한 마디에 결국 참지 못했다. 그냥 집에 가라고 한마디 했다. 씩씩대는 그녀는 자신의 짐을 챙기고 나가버렸다. 사무실 직원들 모두가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고 순간 모두 얼음이 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세상에는 하찮은 일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일도 대충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니콜라이라는 집사가 있었다. 영국 한 대성당에서 청소와 심부름을 했다. 또 1시간 마다 정각이 되면 정확하게 종을 치는 일도 병행했다. 니콜라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청소나 심부름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특히 매 시간마다 종을 치는 일도 정성을 다하다 보니 주민들은 그의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파악하거나 약속을 잡았다. 시간이 흘러 죽을 병에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종을 치러 나갔다. 종을 치고 그 아래서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진다. 남들이 보기에 하찮은 일이지만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중요하고 고귀한 일로 만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지금 내게 주어진 업무가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해도 정성을 다하려고 한다. 혹시 자신의 업무가 하찮다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불평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작더라도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매일 조금씩 정성을 쌓이면 근사하고 고귀한 일이 될 수 있으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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