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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다양한 인생이 존재한다.

by 황상열

오늘은 202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루어진 날이다. 전국 50여만명 수험생들이 그동안 준비했던 입시의 마지막 날이다. 짧게 1년 길게는 3년 정도 수능시험 하루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물론 공부를 안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목표한 대학에 가기 위해 대부분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중간에 시험을 포기한 학생도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시험 포기 확인증’을 발급받아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사진을 찍어 문자메시지로 보냈다고 한다. 그것을 본 어머니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학생이 시험을 잘 치루어서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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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시험을 얼마나 치루기 싫었으면 저런 행동을 했을까? 자격증 시험을 볼 때 공부도 안하고 너무 보기 싫어서 중간에 나온 경험이 있다보니 그 학생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격증 시험과 달리 수능 시험은 자신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험이다. 힘들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면 시험을 망쳤더라도 점수는 남았을 텐데.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왜 끝까지 보지 않았냐는 어머니의 답장에 자신은 공부할 머리가 아니고 공장에서 일할 팔자라고 자책한다.


26년 전 수능시험을 봤던 19살의 내가 그랬다. 오로지 명문대학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 가을부터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사고력이 부족하고 암기를 잘했던 나는 다른 동기들에 비해 내신은 강했지만 수능 모의고사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내가 가고 싶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점수를 더 올려야 했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 시간에도 계속 앉아서 책만 봤다. 그 시절의 내가 알았던 인생 성공 방정식의 정답은 하나였다. 오로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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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지만 진짜 수능시험을 망쳤다.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정정답이 없어지자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그 동안 달려왔던 내 인생이 너무 허무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지 억울했다. 시험 한 번 망친 것으로 나는 내 인생 자체를 실패로 규정했다. 아마도 이 시기에 이런 생각으로 공허함에 빠져 자신의 인생을 스스르 등지는 학생이 많다. 한참 방황했다. 아버지는 다시 시작해서 시험을 보라고 했지만, 재수를 하는 것은 너무 싫었다. 수능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해서 지금까지 여러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왔다.


지나고 보면 고비가 생길 때마다 남들보다 크게 좌절하고 실망했다. 사회가 만든 기준에 벗어나면 다 실패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남들처럼 정석처럼 살아본 적은 없다. 만 17년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7번의 이직도 흔하지 않다. 월급이 밀려서 생활고에 시달린 적도 있다. 마흔 즈음에 만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서 인생에 꼭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오늘 시험을 포기했던 그 친구도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분명히 자신에게 맞는 인생의 성공 방정식이 있다.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 그 학생의 어머니 심정은 타들어 갈 것이다. 그러나 학생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지지하고 기다려 준다면 분명히 다시 좋은 날은 올 것이라 믿는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인생 스토리는 다 다르다. 또 수많은 성공자를 보면 꼭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멋진 인생은 결국 나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 수능시험 치루느라 고생한 수험생 여러분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또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다른 길을 개척해서 가다보면 반드시 자신만의 근사한 인생을 만날 수 있으니 의기소침 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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