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고 손웅정 감독의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손흥민이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어디에서 나오나 했더니 바로 아버지였다. 손흥민이 첫 골을 넣었을 때도 노트북을 다른 곳에 감추고 댓글을 못 보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글의 제목처럼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만하면 됐다 생각했을 때 위기가 온다.”
이 구절이 오늘따라 참 와 닿았다. 성향이 꼼꼼하지 못하고 끈기가 부족하다. 회사 업무,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개인적인 글쓰기를 하면서 스스로 이만하면 됐다 라고 할 때가 많다. 그런데 꼭 그럴 때 문제가 생겼다. 늘 하던 일이다 보니 이 정도면 됐지 라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예전 회사 업무에서도 잔 실수가 많았다. 토지를 검토하다가 면적이나 시세 숫자를 잘 못 적은 적이 있다. 숫자 하나에 사업성 결과가 달라지는데, 검토서를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꼼꼼하게 검토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고객과의 컨설팅에서 좀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꼭 한 두 가지를 놓치는 것이 있다. 그럴 때는 고객이 하는 피드백도 좋지 않았다.
10년 전 이런 성향 때문에 전 직장에 큰 손해를 끼쳤다. 창고 개발사업 일을 수주하기 위해 사전 검토 단계에 일어난 일이다. 개발사업 인허가에 필요한 부담금을 잘못 계산했다. 법규를 잘못 해석해서 부담금 한 항목 중 하나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주처에 보고한 것이다. 그 돈이 수십억에 달했다. 당연히 발주처 입장에서 수십억이 절약되니 사업성이 더 확보된다고 판단했다. 미리 봐둔 땅을 사기 위한 계약금을 납부했다.
발주처에서 우리에게 인허가 일을 주기로 하고 계약하러 가는 날 발주처 담당자에게 급히 전화가 왔다. 당장 들어오라는 외침과 함께. 전 직장 사장님을 모시고 운전하고 가고 있는 길이었다. 속도를 내서 발주처 담당자를 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서류더미 하나를 내 얼굴에 던졌다. 검토를 대체 어떻게 한거냐고 다시 한번 외친다.
“다시 알아보니 내야 할 돈인데, 왜 안 내도 된다고 이야기했습니까? 지금 수십억이 더 들게 생겼는데, 계약 못하겠네요.”
그 말을 듣는데 귀가 멍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일을 계약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전 회사 사장님은 나를 해고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만하면 됐다 했을 때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좀 더 법규를 찾아보고 꼼꼼하게 챙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어떻게든 2~3번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잔 실수가 생겨도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저런 경험이 있었는가? 성공을 목전에 두거나 성공에 도취되어 이만하면 됐다고 잠시 마음을 놓지 않았는가? 손웅정 감독의 인터뷰 구절처럼 정말 이만하면 됐다 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그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꼼꼼하게 챙기고 살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앞으로 나도 좀 더 신중하게 어떤 일이든 접근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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