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80살을 산다고 가정하면 마흔의 나이는 딱 중간이다. 일찍 성공하거나 크게 실패했거나 또는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이든 상관없이 마흔 즈음이 되면 자신의 인생을 한번 돌아보게 된다.
나도 그랬다. 마흔 이전에 꼭 성공하고 싶었다. 그 성공의 의미는 아마도 뻔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권력도 가지고 있는 그런 삶. 누구나 부와 명예를 가지고 싶어한다. 특히 나는 더 그런 부와 명예를 갈망했다. 이미 20대 후반 취업도 소기업에서 출발했다. 이미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출발한 친구, 지인과 비교해서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보다 더 잘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더 심했다.
작은 회사지만 주어진 업무에는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나의 여린 마음과 서투른 감정이 성공하려는 의지보다 강했다. 계속되는 야근과 밤샘근무, 발주처와 지자체의 끝없는 업무 지시와 갑질 등에 마음이 꺾여버렸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성과에 밥숟가락만 얹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지 않는 상사들에게 더 질렸다. 거기에 월급까지 밀렸다. 첫 스타트가 달랐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지인과 친구들의 격차는 심해졌다. 그러다가 30대 중반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게 되면서 마흔 전에 성공하고 싶었던 나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끝없는 방황이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느낌을 받았다. 번아웃이 심하게 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었다. 너무 누워만 있다보니 허리가 아파서 잠시 사람이 없을 때 밖으로 나갔다.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서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았다.
마흔 전에 성공해서 남은 인생 후반전은 아무 걱정없이 살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미래는 없을 줄 알았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으니 죽고 싶었다. 결혼도 했고 처자식이 있는 가장이 어떻게 이렇게 철없는 생각을 했는지 아이러니하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다시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유명한 철학자 니체가 쓴 <즐거운 학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역풍을 만나게 된 이후로 어떤 바람이 불어도 항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구절도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니체는 오히려 인생의 몰락이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생 자체가 상승과 하강의 반복이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내려간다고 생각했다. 역풍을 맞았다면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나아가면 그만인 것을. 한 두 번 실패가 내 인생 전체를 실패한 것처럼 생각한 것이다. 다시 힘을 냈다. 삶의 바닥에선 야망을 드러내라고 니체는 강조했다.
마흔 즈음에 만났던 독서와 글쓰기는 나에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오히려 마흔이 넘어서 인생을 좀 더 제대로 배우고, 내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마흔 이후의 성공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마흔 이후의 성공은 지금까지 세상이 만든 기준에 맞추기 위해 또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달성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자신이 성장했는가 라고 말하고 싶다. 성과 위주 보다 자신이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면 그것이 진정한 마흔 이후의 성공이다.
2022년 한 해도 저물어간다. 올 한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번 점검해보자. 하나라도 있다면 이미 당신은 성공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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