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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레벨업이다

by 황상열

* 디아블로의 추억


2001년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다. 동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술 한잔 하고 나서 헤어지려고 하는데, 친구가 새로운 게임이 나왔다고 PC방에 가자고 제안한다. 집에 가도 딱히 자는 것 빼곤 할 일이 없고, 일단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보니 흔쾌히 응했다. PC방은 역시 밤이라 사람이 많다. 친구와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 시절 나왔던 게임이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였다.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전사, 마법사 등을 골라 오크나 괴물 등을 쓰러뜨리는 환타지 영화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캐릭터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다. 옷도 없다. 무기도 기초적인 칼이나 창 등 뿐이다. 아래 모니터 화면을 보니 레벨 1이라고 나온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한번 적을 잡으러 나갔다. 역시 내가 먼저 공격했지만 적의 공격 한 방에 죽어버렸다.


적을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다. 장비를 갖추고 다시 적에게 대항했다. 하지만 기술 부족으로 겨우 이겼다. 그래도 적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그 댓가로 얼마 정도 경험치가 쌓인다. 같은 레벨 1이지만 경험치가 30% 정도 상승했다고 화면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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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도 레벨업이 있다.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한다. 아이를 낳는다. 이 세상을 처음 만나는 아이의 상태는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캐릭터와 비슷하다. 몸만 나왔을 뿐이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적어도 20년 이상 성인이 될때까지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인생의 스텝을 하나씩 밟는다.


처음에는 누워만 있다가 몸을 뒤집는다. 기어다니다가 이제 일어나기 시작한다. 계속 넘어지다가 잘 걷다가 달릴 수 있게 된다. 그 단계를 넘을 때마다 부모님의 도움과 스스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계속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경험치를 쌓는다. 그렇게 레벨업을 한다.

* 성인이 되어서도 레벨업은 계속된다.


성인이 되었다고 인생의 레벨업이 끝난 것이 아니다. <디아블로 2>가 처음 나왔을 때 최고 레벨이 60이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99까지 올라갔다. 게임상 레벨 99까지 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성인이 되고나서 자신만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치를 쌓고 성장한다. 레벨이 계속 오르지만 그 속도는 어린 시절보다 느리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레벨업에서 멈춘다. 더 이상의 레벨업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이 만족하는 레벨로 사는 것도 나쁜 인생은 아니니까.


다만 좀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고 싶다면 다시 한번 자신과 마주하는 적들과 싸워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적은 나태함, 안주,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그 적을 하나씩 격파하면서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나도 지금까지 나만의 무기로 이 적들과 싸워왔다. 그 무기는 바로 책과 글이다. 아마도 이 두 개가 없었다면 지금의 모습은 없었을지 모른다. 책과 글을 제외하고 레벨을 할 수 있었던 다른 무기가 있다면 아마도 감사가 아닐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기대하는 삶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새해에는 좀 더 나은 레벨업으로 다시 태어나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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