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의 눈물
며칠 전 퇴근 후 이동중 배가 고파서 샌드위치 가게에 들렀다.
문을 열자마자 고성이 들린다.
“아니! 이것 밖에 못 만들어? 그럴거면 그만둬!”
“죄송합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 기다리잖아! 빨리 안 만들어?”
“죄송합니다.”
보다 못해 사장에게 한마디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일하는 분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아고 손님 죄송합니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아직 멀었냐?”
“그만하세요. 듣는 제가 더 민망하네요.”
샌드위치가 나왔다. 트레이에 담아서 돌아가는데 또 사장이 호통친다. 결국 알바생은 울음을 터뜨렸다. 더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더 관여하면 안될 것 같아서 조용히 식탁에 앉아 먹었다. 아무래도 나온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사장이 너무 다그치니 안쓰러워 보였다.
* 오늘도 너는 나의 밥
10년전 00시 재개발사업 인허가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다. 한번 결정된 구역이라 변경하는 인허가를 진행하는 일이다. 재개발 조합장과 00시 허가 담당 공무원의 비위를 맞추느라 참 힘들었다. 웬만하면 잘 참고 넘아가려고 하는데, 그 두 사람의 갑질을 상상을 초월했다. 전부 밝힐 수 없지만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는 데 천부적인 재질을 타고났다.
술자리에서 대놓고 나에게 너는 우리 밥이니 알아서 잘 처신하라고 소리질렀다. 한번이라도 눈 밖에 나는 일을 하면 가차없이 폭언을 날렸다. 폭력만 안 썼을 뿐이지 정신적인 충격이 심했다. 그들의 말도 안되는 요구로 일주일 내내 야근과 밤샘근무를 해야 했다. 이러다가 일만 하다 죽는 줄 알았다.
* 당신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첫 문단에 소개한 사장은 대체 무엇을 위해 알바생에게 욕을 하고 짜증을 낼까? 조합장과 공무원은 왜 나를 밥으로 생각하고 지랄했을까? 현재 갑질당하는 알바생이나 그 당시 욕을 먹는 나도 사람이다. 이 근사한 세상에서 태어나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꼴랑 자신이 지금 현재 잘 나가거나 명령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사람을 한없이 괴롭히는 것인지.
아침에 떠오르고 정오가 되면 나를 비추는 태양, 내 코로 들어오는 상쾌한 공기, 목마를 때 마실 수 있는 물 등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누구나 누릴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조금 더 잘났다고 남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그 저의가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드라마 <눈이 부시게>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또 행복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다. 대단하지 않고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말라. 오늘을 살아가라.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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