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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와 과정의 상관관계

by 황상열

독서와 글쓰기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현재도 하고 있는 도시계획 및 토지 검토 일을 담당했다. 좀 더 나은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 기술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2010년이니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기술사 시험 자체도 어려운데, 내가 응시했던 도시계획기술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다른 분야에 비해 1년에 뽑는 기술사 수가 10명 안팎이었다. 300명 정도가 지원해도 합격률이 3% 내외였다. 일단 1차 필기시험 합격하는 것자체가 무척 어려웠다. 보통 2년 정도 수험기간 동안 매일 시간자료를 추려서 자신만의 노트에 정리해야 한다.


보통 수험생들이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먹고 자고 일하는 것을 제외하고 시간을 따로 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단기간에 합격한 사람들을 보면 정말 초인적으로 잠을 줄여가면서 이런 어려운 수험과정을 견뎌냈다.


나도 어떻게든 야근과 출장이 많았지만 시간을 내어 조금씩 자료정리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을 가지 못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다 시험이 가까워오자 그때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허겁지겁 다시 공부했다. 하지만 시험은 불합격이었다. 어떻게든 시험에 붙고 싶어서 빨리 결과를 내고 싶었지만 과정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몇 번 더 기술사 시험에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앞에서 했던 실수를 똑같이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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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과정에 집중하지 못했다. 바쁜 업무와 술자리 등의 핑계를 대면서 조금씩이라도 정리했어야 했는데 내일 해야지 하면서 미루었다. 하루 이틀 하지 않게 되자 리듬이 깨졌다. 한 번 정리와 공부를 하지 않게 되자 계속 안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시험날짜가 가까워지면 그때서야 벼락치기로 나올 만한 것만 뽑아서 공부했다.


사실 기술사 시험은 다른 자격증 시험과 달리 전날 달달 외워서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다. 그 동안 업무와 매일 조금씩 정리한 자료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여 답안 작성을 통해 판가름이 난다. 오랫동안 매일 매일의 경험이 쌓여야 그것이 바탕이 되어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다.

기술사 시험을 포기하고 나고 인생 최대의 혹한기를 만났다.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된 시기였다. 다시 살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매일 썼다. 양이 채워지는 것이 보였다. 조금씩 매일 매일 쌓이는 기쁨이 생겼다. 꼭 책이 나오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과정이 즐거웠다. 글 하나가 완성되면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뿌듯했다. 그런 작은 기쁨이 모이다 보니 책 출간이라는 큰 기쁨이 찾아왔다.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 윌리엄 케일린은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과학자는 긍정적이어야 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큰 성공을 위해 투자하지 마세요. 작은 발견을 위해 작은 성공을 얻으세요. 거기서 찾은 기쁨이 10년, 20년 쌓여야 큰 발견을 할 수 있습니다.”


조급하게 매일 과정에 충실하지 못하니 나쁜 결과가 나왔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매일 조금씩 과정을 견디면서 쌓아가다 보니 어느새 성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과정과 결과의 상관관계는 다음과 같다. 인생은 매일 내가 경험했던 일상이 합쳐서 결과를 보여준다. 하루하루 자신이 할 수 있는 과정에 충실할 때 비로소 그것이 쌓여서 자신이 원했던 근사하고 빛나는 인생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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