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끔은 삶의 흐름이 춤추는대로

by 황상열

퇴근길 지하철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아 스마트폰을 켰다. 사람이 없을 때는 책을 읽곤 하는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커뮤니티에 자주 접속한다. 오늘도 여러 사람들이 쓴 오늘 일상 이야기나 하소연 등을 읽으면서 웃고 가슴 아파하며 공감했다. 쭉 읽어보다가 한 제목에 눈이 꽃혔다. <왜 일하고 돈을 버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제목의 글이다. 클릭해서 들어가 읽어보니 내용도 간단하다.


요즘 왜 돈벌고 왜 일하는지 삶에 의미를 모르겠어요 그냥 사는 느낌이에요.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할까요?”

이 질문을 읽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책을 읽고 글을 조금 쓴다. 진행하는 모임이나 과정 일정 체크를 하고 9시까지 회사로 출근한다. 6시~7시 사이까지 업무를 보고 집에 오면 밤 8시쯤 된다. 이런 사이클로 현재 만 18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을 하고 있다. 돈이 있어야 의식주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가장의 역할로 가족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다.

11.jpg

위의 글을 쓴 지은이가 갑자기 “왜?”라는 질문으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다.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지 불평불만을 하는 순간 마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2030 시절의 내가 그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많은 양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반복되는 야근과 철야 근무를 했다. 쉬지도 못하고 잠깐 쪽잠을 자고 다시 12~15시간씩 사무실에서 일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당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이 딱 나와 같다고 보면 된다.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할 줄 아는 게 그 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거창하게 삶의 의미를 찾는 것도 별로 좋지 않다. 물론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인생에서 목표를 정하고 자기계발을 통해 성장하는 삶이 가장 좋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소수라는 점이다. 대부분이 먹고 사는 데 바빠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이럴 때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삶의 흐름이 춤추는대로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것은 어떨까?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 순간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삶의 의미를 발견하면 좋은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지금처럼 살면 된다. 어차피 삶의 종착점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주어진 수명 안에서 그저 마음 편하고 즐겁게 현재를 누리면 그만이다. 원래 인생이란 것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 더 많다. 가끔은 삶의 흐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 자기도 모르게 근사한 인생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22.jpg

#삶 #의미부여 #삶의의미 #닥치고글쓰기 #마흔이처음이라 #인생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신만의 원칙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