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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보다 인격부터

by 황상열

2017년 두 번째 책 <미친 실패력> 출간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자기계발 분야의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도시계획 엔지니어로 일을 하면서 같은 분야의 사람만 만났다. 매번 발주처와 공무원 등에게 갑질 당해서 스트레스 받거나 야근과 밤샘근무의 반복으로 건강을 해쳤다 등 부정적인 이야기만 오고 가다 보니 아무런 영양가가 없었다. 만나고 나서도 허무했다. 그러다가 다양하고 새로운 분야의 사람을 만나니 활력이 생겼다.


책과 글쓰기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이야기도 더 잘 통했다. 뭔가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부정적이었던 내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여기저기 모임에 참가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너무나 즐거웠다. 자주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다 보니 친해지는 사람도 생겼다. 좀 더 친밀해지면 내 성향상 많은 것을 퍼주기도 했다.


그 당시 비슷하게 책을 냈던 한 대표와 친해졌다. 나이는 나보다 몇 살 더 많았다. 부동산 관련 책을 쓰고 관련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꽤 유명한 사람이다. 자기계발 분야에서 만났지만 그는 내 본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가 자신이 운영하던 커뮤니티에서 토지 강의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안 그래도 강의를 해보고 싶었는데.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도 관련 분야에서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주는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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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서로 의견을 조율하여 강의 시간을 잡았다. 그는 강의 주제와 내용 등을 정리한 강의계획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강의 준비도 하다 보니 시간이 빠듯했다. 바쁘지만 우선 시간에 맞추어 강의계획서를 보냈다. 한 시간 뒤 그에게 전화가 왔다.


“아니! 황작가님, 이렇게 엉성하게 보내시면 어떡해요? 쪽팔리게.”

“네? 무슨 말씀이세요? 엉성하다니요.”

“에이 못 쓰겠네. 그냥 강의 안하는 것으로 할게요. 어이없네. 실력도 없는 게.”


내가 더 어이가 없었다. 말투가 사람을 무시하는 늬앙스다. 좀 당황스럽지만 침착하게 화를 누르고 물었다.

“지금 말씀 좀 심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많이 모자란 건 사실이지만 좋은 기회 주셔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해봐야 사람 얼마 올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없던 일로 합시다.”

“지금 좀 잘나간다고 저와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취소하고, 지금 저와 장난치십니까?”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다시 걸었다. 받지 않는다. 다시 또 걸었다. 수신 거부 메시지가 들린다. 그렇게 그와의 인연은 끝났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니 그가 나온다. 영상 속의 그는 어쩜 그렇게 예의바르고 다정하게 말하는지. 그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 또한 예전의 그가 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진 않았는지.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잘 나가는 욕망을 분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전에 전제조건이 있다. 자신의 인격부터 수양하는 일이다. 자신의 인격과 내면을 잘 쌓아놓는 일이 먼저다. 잘 나가는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 잘 알 것이다. 명성보다 인격부터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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