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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04. 2023

과연 헤밍웨이는 400번 이상 퇴고를 거쳤을까?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로 잘 알려진 헤밍웨이는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이다. 어린 시절에는 입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읽게 된 헤밍웨이의 책은 나에게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또 그의 문장을 따라 쓰면서 글쓰기를 연습하기도 했다.     


헤밍웨이는 “자신이 쓴 문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문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으려고 노력하면서 가능한 한 짧게 쓰려고 합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문장을 복잡하고 길게 설명하는 것 보다 간결하고 단순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특히 헤밍웨이가 글쓰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퇴고였다. 퇴고란 처음 쓴 원고, 즉 초고를 계속 수정하는 작업을 말한다.      


<노인과 바다>를 최소 400번 이상 퇴고하고 출간했다고 전해진다. 나는 과연 헤밍웨이가 진짜로 400번을 퇴고했는지 궁금했다. 헤밍웨이의 꼼꼼한 성격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거라 짐작했다. 강의 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도 진짜로 그랬는지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료는 많지 않았다. 구글에서 찾아봐도 실제로 400번 이상의 퇴고를 했다 라고 명확하게 증거까지 제시한 것은 없었다. 도서관에서 헤밍웨이 전기를 읽어봐도 퇴고에 신경을 많이 썼다 라고만 나왔다. 헤밍웨이는 자신이 쓴 초고를 수 차례 읽으면서 글의 전체 구조와 문장의 흐름을 먼저 수정했다.      


문장 하나 하나 낭독하면서 어색한 부분을 덜어냈다. 필요하지 않는 부사와 형용사를 빼고, 문장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수도 최소로 썼다. 그는 자신의 글이 완벽해질 때까지 퇴고를 계속 거듭했다. 아마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400번” 이상의 숫자를 사용한 게 아닐까 싶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요새 핫한 ChatGPT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는 “헤밍웨이가 400회 이상 퇴고를 한 적은 없다. 그만큼 그는 퇴고를 중요하게 생가했다. 그 글이 완벽하게 다듬어져야만 그의 철학과 생각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의 퇴고 작업은 높은 전문성과 열정의 증거로 자리 잡았다.” 라고 나왔다.      


지금까지 10권이 넘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출간하면서 제일 많이 퇴고했던 책이 <마흔이 처음이라>와 <닥치고 글쓰기>였다. 약 3~4회 정도로 퇴고했던 책들이다. 그 정도 퇴고하면 정말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온다. 자신이 썼던 초고를 계속 읽고 고치는 일만큼 힘든 작업이 없다. 특히 종이책은 분량이 A4 80~100장이라 처음부터 꼼꼼하게 다시 읽고 고치는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      


하지만 퇴고의 횟수가 거듭될만큼 글이 좋아지는 것은 확실하다. 시중에 출간되어 서점에서 팔고 있는 책은 퇴고가 최소 5회 이상은 거쳐갔다고 보면 된다. 글이 좋아지는 마법은 딱 하나다. 일단 초고를 쓰면서 분량을 채운다. 그 글을 계속 고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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