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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07. 2023

한번 사는 인생인데 흔적은 남기고 가자

오랜만에 책상 정리를 했다. 우연히 2012년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지금 집으로 이사올 때 버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지금처럼 아니지만 그 시기에도 꾸준하게 다이어리에 하루에 해야 할 일을 2~3줄로 적었다. 그 당시에는 회사 업무를 위주로 기록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나서 다이어리에 오늘 가장 급하게 처리해야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제일 먼저 썼다. 워낙에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이렇게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 날에 꼭 처리해야 할 업무 3가지를 우선순위로 정했다.      


또 출장과 회의가 있으면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적고 출발 전에 확인했다. 업무가 마무리 되면 두 줄로 긋고 “완료”라고 끝에 적었다. 회의나 출장이 끝나면 간단하게라도 그 결과를 기록하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혹시나 해서 2012년 3월 7일에 무엇을 했는지 찾아봤다. 당연히 11년전 오늘을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 시기에 어렴풋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정도이다. 아니 아예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나도 희미하게 떠올랐던 건 그 시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그 해 2월말 해고를 당했다. 다이어리 3월 7일 내용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왜 내 인생은 잘 풀리지 않을까? 하루종일 집..”     


머리 속에 그 날의 기억이 조금씩 선명하게 떠오른다. 감지 않은 머리, 세수도 안한 얼굴로 부스스하게 방에 누워만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몸을 일으킬 생각도 없다. 아내와 아이가 나가면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서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집에 오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이렇게 다이어리에 흔적을 남기다 보니 11년전의 기억도 잊지 않고 다시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찰나를 잃어버린다. 기억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몇 개월을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져 지냈다. 소중한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했다. 살고 싶지 않았다. 처자식을 내팽개치고 나만 생각했다.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다. 내 가슴은 이미 너무 썩어 문드러졌다. 하지만 이렇게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 들었다. 지금 힘든 감정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동안 살면서 받았던 상처도 글쓰기로 조금씩 치유할 수 있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자신의 조그마한 일상이라도 이제부터 글로 옮기는 연습을 하자. 어떤 글이라도 좋다. 오늘 먹은 음식,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감정은 어떠했는지 등등 무엇이라도 끄적이자. 한번 사는 인생인데 이 지구별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흔적은 남기고 가야 좋지 않을까? 쓰지 않고 그냥 인생을 산다면 자신의 존재는 시간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오늘도 나는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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