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자꾸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듯 하다. 글쓰기도 독서도 뭔가 급하게 하는 느낌이다. 불과 올해 1월초까지만 해도 많은 일을 벌이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마감시한을 잘 지켰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들이 계속 밀린다. 마음은 조급해지지만, 마무리가 안된다. 하나씩 뭔가 빨리 마쳐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만 아프다.
시간병이란 말이 있다. 미국의 내과의사 래리 도시가 만든 개념이다. 자세하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시간이 달아나는 것 같은 기분, 충분치 않다는 생각에 계속 가속 페달을 밟아 시간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믿음”이라고 나온다. 할 일을 많은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순간 그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마음이 급해지는 순간이 바로 시간병 환자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내가 지금 시간병 환자가 되었다. 일은 많이 벌려놓고 하나씩 처리해야 하는데, 수습이 안되는 일이 많아졌다. 그것이 쌓이다 보니 계속 조급해졌다. 내 성격상 모든 일은 미리 준비해서 마치고 난 후 피드백 받고 나서 다시 수정하는 패턴이었는데, 이제 그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적이 오랜만이라 당황스럽다. 자꾸 일이 밀리니 결과도 뒤죽박죽이다.
잠시 멈추어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돌아봤다. 너무 시간에 쫓기다 보니 나의 에너지를 소진했다. 매일 이것하랴 저것하랴 신경을 쓰다보니 심신이 지쳤다. 나의 뇌도 더 이상 과부하가 걸려서 잘 돌아가지 않는다. 이럴 때 딱 세 글자의 한 단어가 떠오른다. 바로 ‘번아웃’이다. 결국 시간병 환자는 번아웃이 왔다고 보면 된다.
사실 시간병에 걸린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예전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근무할 때 시간은 없는데 일이 넘쳤다. 특히 매주 수요일 오전에 회의가 잡힌 큰 프로젝트가 있다. 일다른 일도 많은데 그 프로젝트 회의를 준비하는 자료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회의가 끝나면 내용을 수정하는 데 이틀이 걸린다.
다시 새로운 회의 자료를 만드는 다시 2~3일이 소요된다. 그 외에 2개 프로젝트를 더 진행하다 보니 매번 시간에 쫓겼다.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끝나지 않는다. 결국 1년이 되지 않아 번아웃이 찾아왔다. 휴식이 필요했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집에 쳐박혀 며칠간 잠만 잤다.
아무래도 다시 시간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면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다이어리를 펼치고 무엇부터 해야할지 적어보려고 한다. 다시 방향을 정한 후 속도를 내더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가장 닥친 일부터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면서 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쫓기고 있다면 잠시 멈추어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시간을 다스리고 잘 관리하는 자가 결국 인생을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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