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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10. 2018

[에세이] 보고 싶은 막내이모..


형제가 많으셨던 어머니는 제일 어린 막내 이모를 업고 키우셨다고 하셨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머니와 띠동갑 이상 나이가 났던 것 같다. 동생을 업고 키우셨으니 어머니는 딸 같은 마음으로 대했다. 그렇게 성장하신 막내이모는 미용사가 되셨고, 어린 나와 동생을 굉장히 귀여워하며 잘해주셨다. 우리집에 오실때마다 항상 과자를 사오시고 내 손에 몇푼이라도 용돈을 주셨다. 그런 이모를 나도 늘 고마워하면서 따르곤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내 생일마다 잊지 않고 못오시더라도 축하연락과 선물을 보내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 이모가 결혼을 하고 행복하길 바랬는데, 그만 불의의 사고로 일찍 돌아가시게 되었다.내가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이었는데, 이모가 돌아가셨던 그날 어머니의 우시는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본인이 키우고 그렇게 이뻐했던 막내동생이 이 세상에 없다는 소식에 충격이 크셨다. 나도 사춘기 시절이었지만 그렇게 따르고 좋아했던 이모가 하늘로 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아 혼자 몰래 펑펑 울었다.   

  

세월이 지나고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일병으로 진급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겨울날이었다. 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는 그날 새벽근무가 있어서 초소에 혼자 총을 매고 서 있는데.. 너무 졸려서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초소 주변으로 환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잠이 깼다. 내가 잠이 덜깨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앞에 사람처럼 보이는 분이 서 계셨다. 자세한 외양을 보니 막내이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오신 것처럼 내 앞에서 웃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읽는 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리고 갑자기 초소가 어두워지고 그 형상은 사라졌다. 너무 놀라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이 그렁그렁해지더니 곧 눈물이 샘솟듯 나오면서 펑펑 울었다. 이모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라도 와 주신 것 같았다. 고생만 하다가신 이모가 저 하늘에서는 행복하길 기원한다.     


“이모! 잘 지내시죠? 저도 이제 마흔이 넘은 중년이 되었습니다. 20년전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어릴 때 너무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보고싶은막내이모 #에세이 #황상열 #나를채워가는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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