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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05. 2023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나요?

“앞으로 너는 야구를 포기하고 살 수 있어?”     


나이가 들어도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진 한 명의 노인이 있다. 그가 조언을 구하러 온 한 남자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는 입을 뗄 수 없었다. 고개를 푹 숙였다. 노인은 그 남자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고 다독인다.     


질문하는 노인은 82살로 한국프로야구 감독의 전설 김성근 감독이다. 김 감독의 조언을 들으러 온 사람은 역시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 은퇴한 심수창 선수다. 그 두 명은 현재 한 방송사의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야구 경기만큼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위 내용은 2022년 연말 회식에서 나온 장면이다. 현재 심수창 선수는 최강야구 선수단이 아니다. 어깨가 너무 좋지 않아 더 던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김성근 감독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네가 야구를 포기하면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지만, 포기하지 못한다면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계속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 장면을 보고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과연 나도 내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는지 생각이 들었다.      

2030 시절의 나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주가무였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즐기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매일 저녁이 되면 시간이 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날의 피로가 싹 가셨다. 노래방에 가서 같이 노래도 불렀다. 당구와 PC방 가서 게임도 즐기다 보면 어느 새 날이 밝아온다.      


놀 때는 재미있지만 헤어지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허무했다. 돈도 많이 썼다. 몸도 많이 아팠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즐기지 못한다. 그러나 요새도 가끔 업무, 일상, 관계등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주가무를 통해 해소하기도 한다. 그래야 뭔가 묵은 때가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마흔 중반이 된 지금의 내가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독서와 글쓰기다. 읽고 쓰는 삶을 만나서 마흔 이후 내 삶은 크게 바뀌게 되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단지 어둠에 갇혀 있던 내 인생을 조금이라도 환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작가가 되면 돈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변의 비아냥과 놀림에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8년 넘게 쓴 나의 글과 책을 통해 위로와 도움을 받았다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거꾸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이 그들에게 더 치유 받고 많은 것을 배우는 놀라운 효과도 경험했다. 이제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평생 읽고 쓰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내 마지막 꿈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신의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 포기할 수 없는 것을 하기 위한 과정이 고통스럽더라도 괜찮다. 언젠가는 그것이 당신을 더 찬란하고 근사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심수창 선수도 재활 잘 마쳐서 자신이 포기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야구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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