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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11. 2018

월드컵의 짧은 기억들..



#1. 2018년 러시아 월드컵. 41살
   
현재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다. 비록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2패 뒤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 및 지난 월드컵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이겼다. 우리나라 특유의 저력이 빛났던 명경기였다. 역대 월드컵 이변 경기에서 당당히 2위에 랭크될 정도로 임팩트가 컸다. 40대가 되어 본 월드컵은 그냥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면서 가족과 보는 것이 편했다. 
   
#2.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7살 
   
홍명보 감독과 2012 런던 올림픽 멤버가 주축이 되어 나갔던 월드컵! 첫 경기를 비기고 알제리에게 대패 후 최종전에서 벨기에에게 1:0으로 지고 쓸쓸히 귀국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이후 월드컵 준비기간에 땅을 사러 가는 등 소문에 휩싸인 홍명보 감독이 사임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월드컵 중 가장 재미없게 보던 시기였다. 
   
#3. 2010년 남아공 월드컵, 33살 
   
결혼하고 본 첫 월드컵! 박지성이 주장으로 이끌고 양박쌍용이 건재했던 월드컵! 선후배 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결국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16강에 올랐지만, 우루과이에게 패배하면서 마감! 그래도 원정 16강이라는 성적을 남겨서 대대적인 환호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때 박지성,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차두리, 이영표, 안정환, 이동국 등 멤버가 참 화려했던 기억이 난다. 
   
#4. 2006년 독일 월드컵, 29살 
   
2002년의 결과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이때 월드컵도 기대가 참 컸다. 2002년 멤버가 건재했지만, 첫경기 토고를 이기고, 프랑스와 비기면서 16강 진출의 청신호를 켰지만 마지막 경기에 패하면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서럽게 울었던 이천수의 모습이 생생하다. 이때는 두 경기를 친구들과 길거리 응원을 나가서 열심히 소리지르며 봤다. 
   
#5. 2002년 한일 월드컵, 25살 
   
군대 제대 후 복학한 뒤 대학 3학년 시절이었다. 정말 평가전부터 기대치를 높이더니 본선에서 승승장구하며 4강의 신화를 만들었다. 조별리그부터 16강은 그때 같이 지내던 같은과 친구들과 모여서 맥주를 마시면서 응원한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한 날은 정말 학교 전체가 떠들썩했다. 스페인과의 4강은 그 당시 사귀던 여친과 싸우는 바람에 승부차기를 보지 못했다. 이 때의 결과가 지금까지 월드컵에 나가면 이 정도의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는 바로미터가 되어버렸다.        

    

#6.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1살


대학에 들어가고 2학년이 되던 해다. 이때는 집에서 혼자 경기를 즐겼다. 두 번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지고 나서 차범근 감독이 바로 경질되어 마지막 경기를 감독없이 치뤘다. 붕대를 감고 처절하고 투혼의 아이콘이 된 이임생 선수, 멕시코와의 첫경기에서 한 골을 넣고 백태클로 퇴장당한 하석주 선수, 예선에서 엄청난 골폭풍을 일으켰던 최용수 선수등이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잘하지 못했지만 공을 차면서 느끼는 그 희열감이 좋았다. 군대시절 무릎부상으로 경기는 못하게 되어 대신 프로축구 경기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은 나에게는 참 즐거운 시기다. 지금도 바쁘지 않을때는 모든 경기를 챙겨보는 편이다. 한국축구가 좀 더 잘하길 바라는 팬으로 매번 똑같은 패턴의 결과가 아쉽긴 하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누가 우승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프랑스가 다시 한번 우승하길 바라면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기다려 본다.


   
#월드컵 #축구 #월드컵의짧은기억들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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