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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15. 2018

[단상] 이 세상에 낮은 사람은 없다.

며칠 전 퇴근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잠깐 들렀던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워낙 잘가는 단골라멘가게인데, 그날따라 사람이 많았다. 나는 둘러보다 혼자 먹는 테이블에 앉아서 메뉴를 고르는 중이었다. 맞은편에 두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젊은 커플 남녀가 라멘을 먹고 있었다. 내 뒤로 휠체어를 탄 젊은이와 그것을 밀고 계신 한 아저씨가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커플 중 여자가 갑자기 가게주인을 부르더니 한마디한다.
   
“아니! 여기 장애인도 오는 식당인가요? 저런 손님은 받지 말아야죠!”
   
갑자기 식당에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본다. 나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메뉴를 고르다가 얼굴을 들었다. 가게주인은 싸우기가 싫었는지 그냥 죄송하다고만 했다. 그리고 그 휠체어 일행에게 다가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여자는 씩씩거리고 있고, 같이 있는 남자는 어찌할 줄 몰라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난 나는 일어서서 갈려던 찰나에.. 어떤 아저씨가 그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한마디했다. 
   
“내가 너같은 딸이 있는데, 넌 내 딸이었으면 오늘 내 손에 죽었다. 휠체어 탄 저분에게 빨리 사과해! 너같은 X는 존대가 필요없다.” 
“아저씨가 뭔데 난리에요! 이상한 아저씨네.. 그냥 가서 드실거나 드세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여자의 뺨은 시뻘겋게 물들었다. 아저씨는 그 여자를 들쳐업더니 가게 주인에게 이런 사람부터 왜 안 내쫓냐고 소리쳤다. 같이 있던 남자는 겁을 먹었는지 먹다가 조용히 나갔다. 그 여자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경찰을 부르겠다고 난리쳤다. 가게주인이 서둘러 말려서 밖에 나가 해결하자고 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던 젊은이는 계속 울고 있고, 아저씨도 한숨만 내쉬더니 그냥 가자고 하시며 나갔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나도 밥맛이 뚝 떨어졌다. 가게를 나오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아저씨와 그 여자의 싸움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혹시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약하거나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하대하거나 예의를 지키지 못했던 적은 없었는지... 기억은 안 나거나 아니 기억하기 싫어서 모른 척 할 수 있지만 분명히 있다. 반성해 본다. 그 여자에게 무시당한 휠체어 젊은이의 마음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모른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낮은 사람은 없다. 
   
#이세상에낮은사람은없다 #배려 #단상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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