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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29. 2023

독서와 글쓰기는 나에게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야. 나 이번에 승진했다.”

“와! 축하한다.”

“나도 이번에 집 샀다.”

“축하한다.”

“상열아, 너는 왜 아무런 말이 없냐?”


 말없이 술잔만 들이켰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해고를 당하고 이제 4일이 지난 어느 금요일 밤이다. 해고 당하기 전 미리 잡힌 선약이었다. 대학교 동기 모임이다.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친구들 보면 좀 마음이 괜찮을까 해서 나간 자리다.


근황을 물어보다가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듣는 친구들은 더 나은 자리로 가면 된다고 하면 술잔을 따라주었다.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한번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친구들은 이제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새 아파트도 사면서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나갔다.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다. 왜 나만 이 세상 한 가운데 버려진 느낌이 드는건지.


더 이상 앉아 있기가 부담스러웠다. 이제 돈도 벌지 않는데 술값도 아까웠다. 1차가 끝나고 먼저 집에 간다고 인사했다. 자리를 뜨고 혼자 술집을 걸어나오는데 다리가 휘청거렸다. 이제 봄이 시작되는 3월인데,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왜 이리 계속 눈은 퉁퉁 부었는지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다. 그 뒤로 친구들이 불러도 핑계대고 나가지 않았다.


영화 <터널>을 보면 하정우가 사고 후 혼자 갇히게 된다. 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밖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살아야 했기에 그 어두운 터널에서 나가기 위한 시도를 하나씩 시작했다. 혼자서 방법을 찾고, 터널 밖에서 구조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딱 내 상황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더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살아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죽고만 싶었다. 정말 나만 사라지면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터널>의 하정우처럼 가족이 있던 시기다. 아내와 아이를 남기고 무책임하게 나만 힘들다고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읽었다. 호불호가 강한 책이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였다. ‘아직 그대라는 꽃이 피지 않았다.’ 라는 비슷한 구절이 내 가슴 깊이 박혔다. 아직 끝나지 않는 인생이기에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 뒤로 3개월 동안 자기계발서 300권을 읽고 인생에 하나씩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생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독서와 글쓰기는 나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긴 어둠에서 나올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도구이다. 그렇기에 계속 읽고 쓰는 삶을 통해 내 인생을 다시 알아가고 있다. 독서와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그 깊은 터널을 헤메고 다녔을지 모른다.


혹시 인생의 긴 터널에 빠졌다고 느낀다면 한 페이지의 책을 읽고 한 줄의 글이라도 써보자. 아마도 당신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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