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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07. 2023

남이 보지 않더라도

20살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맞는 여름 방학이다. 6월 말부터 8월까지 두 달이 넘는 긴 시간이다.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보내야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선 그 당시 “유스호스텔” 이란 학교 여행 동아리에서 활동중이었다. 8월에는 15일 정도 동아리에서 제주도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9월 개강까지 남은 15일은 수업 준비와 못 만난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꽉 채웠다. 8월 한달은 이미 모든 스케줄이 결정된 셈이다.     


7월 한 달동안 무엇을 해볼까 고민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에게 방학 동안 뭐하고 지낼지 계획을 물어보니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대답한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이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같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점장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괜찮다는 답변이 왔다.      


다음 날 친구를 따라 롯데리아로 갔다. 점장에게 인사하고 바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나도 친구와 같이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7월 한 달 열심히 일하고 그 돈으로 8월 여행 등에 보태기로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힘으로 돈을 버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 하게 된 업무는 감자튀김을 적절하게 튀기는 일이다. 기계가 알아서 튀겨주지만, 다 튀겨진 감자튀김을 다른 통에 잘 옮겨서 간을 잘 맞추어야 했다. 몇 번 시행착오 끝에 금방 익힐 수 있었다. 다음에는 치킨 튀기기, 청소하기 등을 거쳐 가장 난이도가 높은 햄버거 만드는 일까지 맡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나와 친구 빼고 2명이 더 있었다. 그들은 선후배 사이인데, 두 명 모두 점장이 있을 때만 열심히 일했다. 점장이 없으면 늦게 나오고 어디에 갔는지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정말 바쁜 시간이다. 아르바이트 4명이 모두 달라붙어야 겨우 주문을 맞출 수 있었다.     

 

하루는 데리버거 50개 주문이 들어왔다. 그것도 1시간 내 빨리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50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4명이 다 달라붙어야 했다. 그날따라 점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나와 친구는 열심히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또 보이지 않았다. 삐삐를 쳤다. 반응이 없다. 가게 안을 찾아봐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 친구와 나, 기존 직원까지 세 명이 햄버거 만드는 일에만 집중했다. 겨우 만들어서 50개를 주문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기존 직원도 화가 났는지 그들을 찾기 시작했다. 같은 건물 안에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는 그들을 발견했다. 그날부로 해고되었다.다음 날 점장은 나와 친구에게 고생했다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애들인 줄 몰랐다고. 너희들은 남들이 보지 않아도 자신의 책임을 다할 줄 아니 앞으로도 잘 될 거라고 격려까지 했다. 뭔가 뿌듯했다. 나와 친구는 서로 쳐다보면서 웃었다.  

   

벌써 26년전의 일이지만, 중년이 된 지금도 나는 남이 보지 않더라도 내가 맡은 일은 어떻게든 책임지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 업무도 글을 쓰는 일도 남이 보든 보지 않든 일관성 있게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속이지 않았기에 타인 앞에서도 당당하다. 물론 꼼꼼하지 못한 일 처리로 가끔 혼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내 책임을 다했기에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대부분 사람들이 남들이 볼 때는 열심히 하지만, 보지 않을 때는 게을러 지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남들이 보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자.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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