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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15. 2023

감정에도 옐로카드가 필요하다

 “악!!” 

“백태클이 나왔어요! 저러면 안되죠!”     


한 선수가 발목을 손으로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누워있다. 아무래도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인다. 다른 팀 선수가 넘어져 있는 선수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하지만 넘어져 있는 선수는 그의 손을 뿌리친다. 심판은 서 있는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보여준다. 상당히 큰 반칙이라 판단했다. 레드카드를 받은 그는 얼굴을 푹 숙인 채로 관중의 야유를 받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국내나 해외 축구 경기를 보면 이런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축구 경기 자체도 몸싸움이 많다보니 거친 경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순간 사람 성향과 감정 상태에 따라 큰 싸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공격수는 상대팀 수비가 계속 따라붙어 괴롭히다 보니 순간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졌다. 화가 나다 보니 다시 따라붙은 수비수를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했다. 보지 못한 심판은 넘어진 수비 선수에게 물어본다. 이미 지나간 상황이라 옐로카드를 주었다. 옐로카드는 ‘경고’의 의미다. 옐로카드를 두 번 받게 되면 레드카드를 한번 받은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레드카드는 말 그대로 ‘퇴장’을 의미한다.  

    

아내와도 신혼 시절에 많이 싸웠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다 보니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부터 음식, 생활습관까지 맞지 않아 일어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다혈질이라 갑자기 욱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내가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급발진해서 모르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순간 참고 있던 아내도 흥분한 말투에 기분이 상한다. 심판이 있었다면 아마도 레드카드를 받았을 타이밍이다.     


이미 레드카드를 받았더니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이제는 감정 싸움이 시작된다. 과거에 잘못했던 일까지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너무 크게 싸우다 보니 화해도 쉽지 않다. 감정의 골만 더 깊어졌다. 잠깐 화해를 했지만, 다시 싸울 때마다 각자 마음에 데미지만 더 크게 누적되었다.      


오랜만에 유튜브 영상을 보니 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 17살 차이 부부 미나와 류필립이 나왔다. 남편이 17살 연하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 두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대체 17살 차이 연상 여자와 왜 결혼했을까? 나도 모르게 선입견이 생겼다.      


하지만 결혼하게 된 이유를 이 프로그램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남편 류필립은 어린 시절 아동학대 경험이 있어 가족간의 사랑을 잘 모르고 크다가 미나를 만나 처음으로 엄마 같은 보살핌이 좋아서 끌렸다고 고백했다.      

미나는 이런 남편의 이야기를 모르고 살게 되어 17살 연하인 그에게 자꾸 엄마처럼 지적하고 잔소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자꾸 구속받는 느낌이 들자 연하 남편은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자꾸 아내에게 소리치거나 피하게 되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게 감정에도 ‘옐로카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화가 났을 때 너무 처음부터 극단적으로 몰아치지 말고 일종의 경고성으로 감정을 삭히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조언을 듣고 무릎을 쳤다.      


나도 누군가에게 언쟁이 생기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한 번 더 내 감정을 확인하고 가라앉힌 뒤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레드카드가 아니라 옐로카드를 내미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무 극단적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누군가와 갈등을 겪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감정의 옐로카드부터 천천히 꺼내보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감정만 잘 다스려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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