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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18. 2023

두려움의 실체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하나씩 고장이 난다. 어느 날은 이가 시리고, 다른 날은 무릎이 쑤신다. 오늘은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온종일 배가 아프다. 건강검진을 가면 온몸에 대한 검사를 받는다. 다른 검사는 마음 편하게 받으면 그만인데. 딱 하나 두려운 검사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혈액검사다.      

한 개의 손가락 중 하나를 골라 피를 찌르기도 한다. 요샌 팔뚝에 주사기를 꽂아 많이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뭔가 내 몸을 찌르는 것에 대한 공포가 컸다. 아무래도 5~6학년 시절 맞았던 불주사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아아악! 너무 따금해요.”


어깨 바로 밑 팔에 불주사를 맞은 친구가 소리질렀다.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과 나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저렇게 크게 외치지?’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떨고 있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맞는 친구들마다 소리를 질렀다. 여자친구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점점 줄이 들어들고 곧 내 차례가 된다. 내 안의 공포심은 점점 커져갔다. 심장 뛰는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왜 이렇게 두려운 거지?’     


아마도 한번도 맞지 않다 보니 얼마나 아픈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두려움의 실체는 모른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내가 스스로 만든 과장된 두려움 때문에 주사 맞을 때까지 떨고 있었는지 모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아악!”

주사기가 내 몸을 뚫는 순간 눈을 감았다. 3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프지 않았다. 잠깐 고통스러웠다. 주사를 맞고 난 후 제공된 솜으로 팔을 문지르면서 지나가는데 웃음이 나왔다. 왜 이렇게 무서워 했을까?     


“황상열 씨죠? 팔을 앞으로 내미세요.”

지금의 내가 간호사 앞으로 팔을 내민다.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본 간호사가 웃는다. 왜 눈을 감냐고 되묻는다. 여전히 주사를 맞기 전의 공포는 없어지지 않았다. 내 팔을 고무줄로 묶었다. 간호사가 주사기를 찌른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두려움의 크기는 크지 않다. 이미 한번 맞아봤기 때문에 두려움은 금방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해보지 않은 일을 맞닥뜨리게 되면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이 두려움이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그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번쯤 용기를 내야 한다.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자신이 만든 그 허상을 깨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두려움의 크기는 실제로 해보지 않은 것이 실제로 했을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거절을 당할까봐 시도하는 두려움이 거절당하고 나서의 두려움 보다 큰 것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나도 여전히 새로운 분야의 도전에는 늘 두려움이 앞선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두려움도 커지고 조바심이 난다. 한번 삐끗하면 다시는 못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래도 계속 저지르고 부딪혀야 그 두려움의 크기도 작아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두려움의 실체를 만들지 말자. 일단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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