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Jul 25. 2023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feat. 신해철의 <그대에게>

https://youtu.be/5dHcVjj_Kq0



오랜만에 아침 출근길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내년이면 벌써 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신해철 형님의 명곡을 듣고 싶었다. 세상에 나온지 30년이 넘었지만 전주만 들어도 전율이 느껴지는 곡이 있다. 신해철이 20살에 작사, 작곡, 편곡까지 했다는 그 전설의 노래, 바로 <그대에게>이다. 대학가요제 본선에서 첫선을 보이고 나서 당시 심사위원이던 가왕 조용필의 극찬을 받았다. 천재가 새로운 천재를 알아본 셈이다.     


바바바.. 전주가 시작되자 눈을 감았다. 지하철 구석에서 잠시 노래가 나오기 전까지 전주 구간을 조용히 음미했다. 지금 들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세련된 멜로디가 신해철이란 사람의 저력을 알게 해준다. 그것보다 오늘은 그가 쓴 가사가 유독 와닿았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린 서로..”


2030 시절 이 노래를 들을 때는 아무리 바빠도 서로 사랑한다면 같이 있는 시간이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생각났다. 마흔이 넘고 나서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 사랑이 아니라 빨리 지나가는 인생의 공허함이 딱 느껴졌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숨가쁘게 살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몇 가지가 떠올랐다. 일단 살아있으니 죽는 날까지 먹고 살기 위해서? 결혼했으니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등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문득 이 가사를 듣다가 울컥했다.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나는 그대 숨결을 느낄 수 있어요.”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한순간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잃는다고 상상해보자.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과 그동안 읽고 쓰던 삶 자체가 송두리째 날아갔다고 하면 아마도 엄청난 절망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2030 시절의 나는 그대라는 말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대라는 가사가 나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 지금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내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들렸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언제가 그대를 사랑해.”     


노래가 끝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좀 나왔다. 갱년기인지 모르겠다. 요새 나 자신을 생각하면 자꾸 울컥한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겉으로만 강한 척하지 사실 내 속은 말이 아닐 때가 많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인생이란 것이 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신경 쓰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 그만이다.      


딱 하나만 약속하기로 했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내 곁에 있겠다고. 언제나 나를 사랑하겠다고. 그것만 할 수 있다면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끝까지 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해철의 <그대에게> 라는 노래 참 요상하다. 사랑 노래인 줄 알았는데,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자신을 위로해 주기도 하는 노래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오늘 하루 어땠는가? 지치고 힘들었는가? 그럴 때마다 자신을 다독여주고 사랑을 주자. 삶이 끝나는 날까지 자신의 곁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생이다.    

 

#내삶이끝나는날까지 #그대에게 #신해철 #글쓰기 #자이언트라이팅코치 #닥치고글쓰기 #인생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마흔이처음이라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 증명하면 그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