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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02. 2023

매일 만나는 하루를 축제처럼

“아이고, 머리 아파. 왜 이렇게 열이 나지?”     


2015년 6월 메르스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힘이 없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아내에게 너무 아프다고 말하니 일단 체온계로 열을 쟀다. 내 손으로 이마에 가져갔는데도 뜨겁다. 체온계는 3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두통과 발열이 조금씩 있었다. 지나가는 감기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며칠 쉬면 푹 나을 줄 알았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서 먹었는데도 차도가 없었다. 주말에도 계속 누워만 있었다. 열이 떨어지지 않고 두통이 계속되자 아침 일찍 출근을 미루고 건대병원으로 향했다.      


몇 가지 검사를 했다. 결과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이었다. 메르스가 아닌 게 다행이었지만, 10일 정도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병실에 누워 있으니 별의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러다 잘못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부터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입원하기 전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밥을 먹고 일을 하는 등의 일상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역시 아파보니 이런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뇌수막염에 걸린 환자들은 사실 별다른 치료법은 없다. 그냥 수액을 맞고 종일 누워서 쉬는 게 다다. 3일이 지나자 좀 차도가 있어 다른 병실을 돌아다녀 보았다.      

한 노인이 산소호흡기를 끼고 힘겹게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는 아들처럼 보이는 사람이 안쓰럽게 그를 쳐다보고 있다. 두 사람의 손이 서로 꼭 포개져 있다. 간호사에게 들으니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이별의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노인이 살아있을 때라도 좀 더 들여다보는 게 아닐까 싶었다. 뭔가 좀 서글펐다. 시한부 환자에게는 매일 만나는 하루가 소중할 것이다. 갑자기 언제 자신의 삶을 마감할지 모르니까.     


노인의 옆자리를 보니 한 아이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워 있다. 계단에서 굴러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들었다. 당시 7살 정도 되어 보였다. 뇌진탕이 의심되어 몇 차례 수술을 받고 이제 좀 괜찮아서 퇴원을 앞두고 있다고 간호사가 말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금 살아있는 하루가 참 감사했다.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은 아직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의미다. 팔다리가 멀쩡하고 숨을 쉴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다. 병원에 있으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10일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순간 그 당시 다니던 회사 사장님의 아내 사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퇴원하자마자 죽음과 맞닥뜨리게 되자 기분이 이상했다. 

벌써 뇌수막염에 걸린 일도 8년이 지났다. 그 때가 2015년이었으니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해이기도 했다. 병원에 있을 때도 조금씩 글을 썼다. 블로그에 조금씩 나만의 일상과 단상을 기록했다. 다시 건강하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행복했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떠서 책을 읽고 글을 쓴 후 회사로 출근한다.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하고 사람을 만나거나 강의를 듣기도 한다. 아이들과 놀기도 한다. 물론 아내에게 많이 혼나기도 하지만 밤늦게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감하는 그 순간도 소중하다.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이지만 매일 매일 만나는 하루를 축제처럼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근사한 인생을 만들 수 있다.    

  

“하루는 작은 일생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것은 탄생이요, 상쾌한 아침은 짧은 청년기를 맞는 것과 같다. 그러다가 저녁 잠자리에 누울 때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매일 매일을 마치 하나의 인생처럼 살아라. 하루 하루를 내 마지막 인생인 것처럼.”라고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미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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