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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18. 2023

운명은 내 손에 달려 있다

“사주팔자 봐 드립니다. 한번 보는 가격 5만원!”

“앞으로 미래나 운명이 궁금하다면 들어오세요.”     


 한 달 전 퇴근하고 건대입구에 지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본 문구들이다. 건대입구역에서 내려 약속이 있는 식당까지 걸어가는 데 10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 문구가 붙어있는 가게만 5곳을 발견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젊은 친구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마도 불안한 자신의 미래를 점이라도 봐야 안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2011년 겨울이 떠올랐다. 그 당시 내 분야 기술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 학원이 위치한 곳이 바로 건대입구 근처였다. 다니던 회사에서 월급이 계속 밀렸다. 30대 중반의 나이로 향후 내 미래가 불투명했다. 얼마나 더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두려웠다. 앞으로 기술사라도 따야 내 직업 커리어를 더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공부도 하지 않고 무작정 학원에 등록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꾸 첫 줄에 소개한 홍보문구가 보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가 너무 무서웠다. 몸은 현재에 있는데 마음은 잘 나갔던 과거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미래에 가 있었다.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데, 몸 따로 마음 따로 노니 늘 머리가 아팠다. 너무 답답해서 이미 나도 모르게 점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합니다. 제 5년~10년 후 모습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우선 상담료로 5만원 먼저 입금하거나 현찰로 주셔야 합니다.”     


우선 가지고 있던 돈을 탈탈 털었다. 모아보니 5만원 정도 되어 일단 가지고 있는 돈은 접집 무당에게 다 주었다. 내 미래가 궁금한 데 그깟 무슨 돈이 대수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무당은 눈을 감고 혼자 주문을 외웠다. 5분 정도 혼자 중얼거리더니 눈을 뜬다. 나를 보더니 한 마디 한다.      


“마흔이 지나면 좀 괜찮아 질거야. 그런데 평생 일을 해야 하는 팔자네. 부자가 되는 것은 힘들 것 같고.”

“아니요. 마흔 전에 성공하고 싶었는데,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헤매고 있어요. 그런데 무슨 이유로 마흔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하신 건가요?”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야? 못 믿을 거면 나가요!”

“그런 뜻은 아니구요.”     


계속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요약하면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새 무당의 말에 마음이 편해졌나 보다. 나올 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 얼굴은 금새 인상이 구겨진다. 그냥 점집에서 점을 보는 그 순간만 마음이 편했을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결국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접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들었던 장밋빛 미래를 진짜 현실로 만들기 위한 나의 노력이 필요했다.      


지인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다가 주변 점집이 잘 되는 것 같다고 한마디 하자 다들 웃는다. 아직도 그런 것을 믿고 있냐고. 그냥 불안한 마음을 잠시 위안받기 위해 점집에 가는 게 아니냐고 하는 지인의 한 마디가 내 귓가에 오랫동안 남았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다 라는 말은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고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따라 달라진다. 죽을 때까지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면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운명에 대한 큰 줄기는 정해져 있을지 몰라도 결국 운명은 그것을 바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등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다.  

    

마음이 답답하면 이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오지 않는 미래도 예전보다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래도 다가올 내 운명의 방향을 결정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어떤 운명을 만날지 모르지만 그 운명도 즐겁게 맞이하다 보면  더 근사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운명은 내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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