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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Sep 23. 2023

평생 인연 vs 시절 인연

“자! 우리의 우정은 영원할 거야. 평생 봅시다!”


가득 찬 술잔을 건배하면서 외쳐본다. 각자 술잔을 들이킨다. 쌓여가는 술병을 보면서 즐거운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 간다. 시간은 벌써 새벽을 향해간다. 술도 취하고 배도 부르다 보니 이제 노래방으로 이동한다. 소화도 시킬 겸 친구들과 열심히 노래방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면서 노래를 부른다. 마지막으로 당구장에 가서 내기 당구를 끝으로 집으로 헤어졌다.       


20대 시절에는 매일 고등학교 동창 또는 대학교 동기들과 어울렸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매일 저녁 약속을 잡았다. 그들과 술 한잔 기울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성향이 외로운 것을 싫어해서 늘 사람이 옆에 있어야 에너지를 받는 스타일이었다. 

     

술이 약간 들어가면 좀 나대는 스타일이 된다. 말도 많아진다. 한번 내뱉은 말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이 나의 단점이었다.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취해서 친구나 지인의 술잔에 술 한잔 씩 따른다. 술잔을 들게 하고 혼자 건배사를 외친다. 제일 앞에 언급한 영원한 우정을 외치면서 우리는 평생 인연이라고.      


술이 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린다. 분명히 우리 우정은 평생 유지할 거라고 말했지만,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 그 많은 친구와 지인을 내 품에 품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와 잘 맞는 몇몇 친구와 지인만 남게 되었다. 나이가 들고 먹고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점점 평생 보자고 했던 친구와 지인들도 잘 만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잘하고 싶었다. 그들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 어디에 가든 모두가 나를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생각은 내 착오였다.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나 그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간을 쪼개서 퇴근하고 어떻게든 그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다.      


마음이 맞는 소수의 사람은 남았지만, 역시 돌아오는 것은 상처 뿐이었다. 그 시간이 참 아까웠다. 나이가 들면서 만나는 사람은 다 그렇지 않지만, 본인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더 많았다. 쉽게 마음을 열었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을 잘 보지 못하는 내 안목에도 문제가 있다는 알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이 괜찮으면 솔직한 내 모습을 모두 보여준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 동안 온라인 세상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모임이나 과정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다. 가상의 공간이라 직접 대면하지 않으니 더 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혹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할 때만 찾고,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연락을 끊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예전처럼 그리 노력하지 않는다. 많은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신중하게 지켜보고 쉽게 인연을 맺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에 친했다가 소원해 졌지만, 얼마 전 다시 오랜만에 만나 관계를 회복하는 경우도 생겼다. 인연을 너무 쉽게 맺지 말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유독 공감되는 요즘이다.      


“시절 인연”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인연은 시기가 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금은 내 주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한다. 지금 40대 내 시절이 지나가면서 그 상황에 맞게 만났던 인연들이다. 평생 인연은 가족과 정말 자신이 믿는 한 두 명의 친구나 지인이면 족하다.      


지금 만난 사람들은 시절 인연이라 생각하고, 만나는 동안만이라도 정성을 다하면 그만이다. 너무 인연에 연연하지 말자. 결국 내가 잘 되면 다시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그 반대가 되면 모든 떠날 인연이다. 오래된 친구들에게 한 번 다시 연락하여 안부나 물어봐야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와 시절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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