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아이를 낳고 아내의 산후조리를 위해 부모님이 계신 광명 본가에 왔다. 같은 아파트 단지 다른 동에 여동생 부부가 살고 있어 오랜만에 다 모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회복이 필요한 아내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아이들과 여동생 부부 집에 가는 일이 많았다.
조카와 아이들이 노는 동안 나는 여동생 부부와 맥주나 차 한잔으로 회포를 풀었다. 다시 이직을 하게 되어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느라 바쁜 여동생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연거푸 맥주를 들이마신다. 우리 가족이 오면 늘 직접 요리를 하여 대접하는 매제는 여전히 부엌과 거실을 오가며 오늘도 맛있는 요리를 꺼내놓는다. 서로 오고 가는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옛날 이야기가 하나씩 나오게 된다.
20대와 30대의 내 모습은 늘 남과 비교하면서 잘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질투만 했다.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만 셌다. 남들 하는 만큼만 일하고, 변화하기 위한 노력은 시늉만 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하는 조언은 듣는 척만 했다. 매사에 불평불만과 부정적인 사고로 살았다. 있는 그대로 좋은 내 모습도 많은데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에 집착하고 욕심을 부렸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참지 못하고 바로 포기했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면서 과음하고 실수하는 날이 많았다.
지난 날 이야기를 하면서 여동생은 나의 과오를 지적한다. 예전 같으면 그 지적에 발끔하여 인정하지 않고 반박했을 것이다. 그러나 묵묵히 듣기만 했다. 여동생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다 듣고 나서 그냥 한번 웃으면서 동생에게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예전의 그 모습도 있는 그대로 내가 아니었을까 싶어. 그런 시절에 나의 못습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조금씩 바뀌어 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맞다. 좋지 않았던 그 시절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 자체도 있는 그대로의 나였다. 그런 나와 마주해야 변화가 필요한 또다른 나와 만날 수 있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그런 나의 모습들이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 다양한 형태의 내가 각기 상황에 따라 나오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다.
지금 힘들어서 불평불만만 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일이 잘 되어 하루하루 기쁜 나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런 나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만난다면 조금은 인생살이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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