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집사부일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다. 어제 방송분에서는 원로배우이신 이덕화가 사부로 출연했다.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유쾌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그이기에 부담없이 시청했다. 출연진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역시 배우출신인 아버지 이예춘과의 40년전 추억담을 일부 공개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그는 40년전 그날도 밤을 새서 고기를 잡는 중이었다. 평소 무뚝뚝했던 아버지 이예춘이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편에서 노를 저어 배를 타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커피 한잔을 건네면서 이렇게 한마디 남기고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야 이거 한잔 남았나 보다. 마셔라.”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던 그는 그냥 진작 주고 가시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와서 준 것 때문에 원없이 울었다고 한다. 그것을 보는 나도 울컥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간섭과 잔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무조건 서울로 전학가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너무 싫었지만 결국 가게 되면서 내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따돌림에 내성적인 성격도 심해지고 아버지와의 갈등이 심해졌다. 사춘기를 거쳐 20대 후반까지도 아버지가 무슨 이야기라도 꺼내면 바로 반박하고 말대답에 대화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후 결혼을 하게 되고 아내와 처음으로 아버지께 인사가던 날 술 한잔 따라주시면서 고생했다라는 한마디에 왜 그리 눈물이 쏟아졌는지.. 어제 그 장면을 보고 그 기억과 겹쳐지며 또 한번 손으로 내 눈을 닦았다. 부모님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울컥하다. 아버지도 말 보다는 행동으로 자식에 대한 애정표현을 많이 하셨다는 것을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다. 지금 내가 이렇게 그나마 사람구실을 하며 사는 것도 아버지가 힘들게 뒷바라지하여 키워준 덕분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나도 아버지처럼 성인이 될 때까지 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
어떻게 보면 별 것도 아닌 커피와 술 한잔 일지 모르지만 그것 자체가 말이 필요없이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자식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마음 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날보다 이제 남은 날이 적어지는 그 세월이 야속할 뿐이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지만 언제까지나 나의 정신적 지주로 남아주시길 바래본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은혜만 해도 다 갚질 못하는데, 아직도 아버지께 도움만 받는 이 못난 아들입니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제 옆에서 더 지켜봐 주세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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