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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21. 2023

사는 게 어렵다고

“아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일어났다. 옆을 둘러보니 조용하다. 가족들이 다 자고 있다. 목이 말라서 2층 부엌으로 올라갔다. 탁자에 있는 물병에 물이 없다. 냉장고에 약간 남아 있는 음료수를 꺼내 급한 대로 벌컥벌컥 마셨다. 이제야 좀 정신이 든다. 도대체 왜 그런 꿈을 꾼걸까?


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꿈 내용은 이랬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 다시 보였다. 대기업과 공기업을 준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취업을 빨리 해야 했던 터라 작은 설계 회사에 입사했다.


규모는 작고 바빴지만, 그래도 일을 배우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1년 정도 지나자 물론 시키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전 저녁 갑자기 월급이 밀리기 시작한다고 관리부장이 소리쳤다. 나는 동기와 서로 쳐다보다가 입꼬리가 내려갔다. 사수는 평온해 보였다.


이 계통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마디 하면서 일이나 계속하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일을 하면 당연히 월급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제날짜에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한 거냐고 반문했다. 사수는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 장면은 월급이 나오려고 했는데, 더 이상 지급이 되지 않는다는 관리부장의 외침이다. 갑자기 임직원이 서로 다투어 그만두겠다고 갑자기 모두 뛰쳐나갔다. 거기에 등 떠밀려 넘어졌다가 소리치면서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


옆에서 자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한숨이 조금 나왔다. 평온하게 잠든 아이들을 보니 어떻게든 다시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새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지금 다니는 회사 사정도 좋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돈을 버는 재주는 없다 보니 만약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무엇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할지 등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다시 마주히게 된다. 죽으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40대 중후반에 맞는 실패는 두렵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은 신중해 질 수 밖에 없다. 이 시기에 잘못 추락하면 다시는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어제 뉴스를 보니 또 이혼한 40대 여자가 양육하던 10대 자식 2명과 같이 스스로 이 세상을 등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식을 죽이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얼마나 사는 게 어려웠으면 그런 선택했을까 하는 심정이 이해된다.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죽는 것보다 더 비참했을지. 자신도 아이들을 잘 키워보고 싶지만 오히려 더 짐만 되지 않을지. 그런 복잡한 생각이 어우러지다 보니 감정이 극단적으로 치달았을지 모르겠다.


목표를 세우고 인생의 방향을 잘 결정하더라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또 한 번의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11년 전에 맞았던 그 상황 보단 마음의 동요가 크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아무리 사는 게 어렵다고 이 세상이 준 단 한 개의 목숨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동은 하지 말자. 죽는 것보다 그래도 사는 게 훨씬 낫다. 분명히 이 세상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그 쓰임새가 다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중년들에게 같이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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