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추억을 기억하고 싶다면

by 황상열

매일 글을 쓰려면 글감을 찾아야 한다. 요새 다시 슬럼프가 왔는지 어떤 글감으로 써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만의 글감을 찾는 방법을 다시 찾아보았다. 많은 기관이나 개인에게 자기 계발, 부동산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을 받는다. 그 중에 요새 단희쌤 플랫폼에서 받는 메일을 즐겨보는 편이다. 오늘 받은 메일 내용이 특히 마음을 울렸다.


단희쌤에게 60대 부부가 찾아왔다. 모두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고 연금도 두둑이 받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남편이 3년 전부터 치매가 진행 중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함께 했던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잊어버린다고 해서 부인이 고민이 되어 찾아온 것이다. 서울에 잘 살고 있다가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 간다고 하자 단희쌤이 다시 물었다. 서울 부동산이 비싼데 왜 굳이 경기도로 가시냐고. 아내의 대답은 이거였다.


“남편과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고 싶어서요.”


경기도 외곽 중 파주가 남편의 고향이었다. 거기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가서 하루하루 남편과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추억을 붙잡아서 영원히 내 곁에 두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과의 하루 일상을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렇게 남겨놓으면 시간이 지나 남편이 기억을 하지 못하더라도 사진과 기록을 보여주면 혹여나 잠시라도 그 추억이 생각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으니까. 기억은 순간이지만 그 기록은 영원히 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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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도 매일 조금씩 다이어리나 일기장을 통해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기를 쓰지 못하는 날은 다이어리에 2~3줄이라도 그날에 있었던 경험이나 감정을 짧게 쓴다. 며칠이 지나 다시 그 기록을 보면 생생하게 다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게 1~2년이 지나면 기록이 쌓이기 시작한다. 지금도 책 원고를 쓸 때 빨리 쓸 수 있는 이유가 지나간 다이어리나 일기장을 찾아보고 원고에 맞는 에피소드가 많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본가에 갔더니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반에서 만든 문집이 있었다. 30여년이 지나다 보니 책은 이미 빛이 바랬다. 종이는 이미 누렇게 떴다. 오랜만에 신기헤서 다시 펼쳐보았다. 내가 쓴 글이 보였다. 남이섬으로 수학여행 갔던 글이다. 촛불의식 때 부모님 생각이 나서 펑펑 울었던 순간, 캠프파이어에서 열정적으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순간 등이 쓰여져 있었다. 읽으면서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김창옥 강사가 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렇게 과거의 추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의 통로를 ‘웜홀’이라 하는데, 그 통로 구실을 하는 것이 바로 기록이라고 했다. 나도 초등학교 4학년 시절에 만든 문집의 글이 웜홀이었다. 정말 남이섬에 놀러 갔던 그날의 추억이 눈앞에 생생했다. 지금도 그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교류 중이다. 35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아직도 남이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11살의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누군가와 추억을 기억하고 싶다면 무조건 기록으로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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