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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24. 2023

인생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요새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쓰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가히 책쓰기 열풍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독자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한 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나온 책이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책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를 잘 엮어 초고를 다 쓰고 끝까지 종이책 출간이나 전자책 등록으로 성과를 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책쓰기는 보통 다음과 같은 단계로 나눈다. 종이책을 기준으로 다시 설명해 보기로 한다. 어떤 주제로 쓸지 고민하여 정하는 작업이 첫 번째다. 콘셉트를 잡고 타겟층을 구체적으로 누구로 할지 설정한다. 목차를 짜고 주제에 맞는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다음이다.      


이 작업이 모두 끝나면 책쓰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초고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총 35~40꼭지 정도의 원고를 완성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쓰다가 여기서 멈추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고 완성이 되지 않다 보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초고는 완성되어야 한다. 초고만 완성해도 책 쓰기 단계에서 7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이제 남은 작업은 바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쓰는 것만 남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쓰고 나서 1~2회 퇴고 후 출판사에 투고한다. 매칭된 출판사와 출판 계약 후 또 다시 몇 번의 퇴고 작업을 거치면 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프롤로그는 지금 쓰는 책을 소개하는 글이다. 우리 말로 서문 또는 들어가는 글이라고 표현한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 각 챕터별로 무엇을 썼는지 소개 등이 들어간다. 에필로그는 이 책 본문을 요약하고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를 정리하거나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더 가져가길 바라는 내용, 책을 출간하기까지 도와준 사람에 대한 감사 등이 포함된다. 마치는 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공저를 포함하여 15권의 종이책과 20여권의 전자책을 출간하고 등록했다. 각 작품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쓸 때마다 하나의 초고를 또 끝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쓸 때마다 고통스럽다. 어떻게 써야 독자들에게 확 와닿게 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부족한 필력이 나를 옥죄기도 한다. 주제마다 다르다 보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쓸 때마다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내 삶과 글이 일치되지 않을 때가 많아 써놓고도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올해 8월에 출간한 <당신만 지치지 않으면 됩니다> 책 프롤로그를 쓰다가 잠시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김병현 선수의 영상을 보고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한 구절을 쓰다가 갑자기 벌어진 일이다. 살아가기가 팍팍한 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치지 말고 힘내라는 취지로 쓴 책이다. 

     

혼자서 꿋꿋이 먼 타국에서 오랫동안 버틴 김병현 선수의 눈물에 감정이입이 되다 보니 지금까지 잘 버틴 나 자신도 불쌍하게 보였나 보다. 그래도 잘 살아온 나 자신을 위로하고 토닥여 주고 나서야 프롤로그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인생의 프롤로그는 에필로그를 쓰는 것보다 쉽다. 왜냐하면 이미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각 나이 때마다 자신을 소개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 인생의 에필로그는 누구라도 지금 현 시점에서 쓰는 것이 어렵다. 이것은 아직 내 삶이 끝나지 않아서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인생을 마치는 시점에서 써야 하므로, 지금 섣불리 마치는 글을 쓸 수 없다. 나 자신이 인생을 잘 살아왔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죽음 앞까지 가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쓰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해야 가능하다.      


자신의 인생 로드맵을 미리 그려 놓았기 때문에 인생의 방향성이 정확하다. 물론 인생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적어도 인생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보니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은 결국 인생의 에필로그도 제대로 쓸 수 있다. 나는 내 인생의 프롤로그는 완성했지만, 에필로그는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남은 삶에 대한 방향은 정해져 있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일단 겪어보고 나서 죽기 직전에 에필로그를 완성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혹시 어떻게 인생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남기고 싶은가? 서문과 마치는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다면 자신의 인생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삶과 글이 일치해야 더 근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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