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도대체 일을 어떻게 했길래 계약을 못한 거야? 그리고 내가 복귀하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듣는거야?”
“아직 합사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아 마치고 복귀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계약은 다른 회사 PT가 더 점수가 높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야! 너는 내 말을 왜 안 듣는 거야?”
30대 중반에 다녔던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장은 나에게 소리쳤다. 지방 프로젝트로 인해 다른 회사와 같이 협업하여 일하는 중이었다. 우리 회사 사무실이 좁아서 같이 일을 하게 된 회사에 가게 되었다. 합사 프로젝트 기간은 1년이다. 프로젝트 2달을 남기고, 각 회사 간 비용 문제로 다툼이 발생했다.
사장은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수익보다 나가는 비용이 많아지다 보니 빨리 본사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아직 일을 다 마치지 못해 며칠만 마무리하고 들어가겠다고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한 달 뒤 해고통지를 받고 나가게 되었다. 눈치가 없었던 건지 순진했던 건지 갑작스런 퇴사로 인해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퇴사를 하게 되면 4가지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첫 번째, 나의 명함이 없어진다. 태어나서 퇴사하기 전까지 어딘가에 소속되어 사는 삶이 익숙했다. 퇴사하게 되면 다음 회사로 옮겨갈 때까지 아니면 창업 등을 하기 전까지 명함이 없어진다. 어찌 보면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만 남는다. 퇴사하고 나서 남들에게 어떻게 나를 소개해야 할지 한참 생각한 적이 많다.
두 번째, 나의 갈 곳이 없어진다. 매일 아침 출근하여 만나게 되던 익숙한 책상, 공간과 이별하게 된다. 퇴사하기 전날 미리 짐 정리를 하는 데 뭔가 서글펐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머물렀던 공간이기에 좀 더 애착이 생겼을 것이다. 이제는 마주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세 번째, 나의 루틴이 없어진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을 마치면 퇴근하는 8시간 정도의 일상이 깨진다. 퇴사하고 나서 한동안 루틴을 깨지 않기 위해 9시까지 도서관으로 출근해서 오후 5시에 나오는 습관을 기르기도 했다. 이제 시간을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 백수가 되면 시간이 많아진다고 늘어지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네 번째. 내 인간관계가 좁아진다. 일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은 퇴사하게 되면 거의 사라진다. 진짜 친하게 관계를 맺었던 사람을 제외하고 연락하는 경우가 없다. 이해관계로 엮이게 된 관계라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느껴지면 가차 없이 버린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퇴사를 하게 되면 더 많은 사항이 있지만, 위 네 가지 경험으로 요약할 수 있다. 퇴사를 하게 되는 많은 이유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각 기업의 문화, 경영악화로 인한 임금체불 및 인원 정리, 기타 본인 귀책 사유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퇴사하고 나면 성향에 다르겠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 있는 직장이 너무 있기 싫다고 해서 바로 뛰쳐나오면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내가 당장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회사를 다니면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만의 무기를 만들어 당당하게 퇴사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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