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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22. 2023

인생이 영화나 드라마라고 하는데

요새 드라마 <연인>이 인기가 많다고 들어서 유튜브에서 요약 영상만 보다가 전체 영상을 하나씩 보고 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했던 외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모티프로 했다는 기사도 봤다. 유교적 문화가 강했던 조선 시대의 시대적 배경으로 그 시절 여성은 활동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연인>의 여주인공 유길채는 철없는 소녀에서 전쟁 속에 엄청난 시련를 겪으면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난다고 캐릭터 설명에 나와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남북전쟁을 통해 성장하는 면과 닮아 있다.      


개인적으로 남자 주인공 이장현 역할을 맡은 남궁민 배우의 연기를 좋아한다. 나와 동갑인 것도 반갑긴 하지만, 어찌 그리 맡는 배역마다 잘 어울리게 연기를 하는지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번 드라마 <연인> 에서도 한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멜로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가끔 사람을 웃기게 하는 코믹 연기를 넘나든다. 목소리 톤, 눈짓과 몸짓 하나까지 그 연기에 빠져들면서 시청자를 웃고 울게 만든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보니 중국 청나라의 인물도 많이 나온다. ‘오랑캐’라는 속어로 부르는 그들은 가차 없이 사람을 죽이고 여성을 겁탈했다. 중국 심양으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길채를 위해 장현은 몇 번이고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드라마 캐릭터 설정상 장현은 천하무적으로 나온다. 모든 무예에 능통하고, 일당백을 넘어 일당천이다. 혼자서 엄청난 적을 물리친다. 비디오 게임 <삼국무쌍>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들었다. 만약 장현이 몇 번 위기에 빠진 길채를 구하려다 죽음을 맞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게 드라마상 설정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으면 어찌 이야기가 전개되었을지 궁금했다.      


연인 1부 초반에 오랑캐에게 잡힐뻔한 길채를 천연두에 걸린 성치 않은 몸으로 장현이 최선을 다해 칼을 싸우는 장면, 또 2부 14회에서 나왔던 청의 황녀 각화와 사냥 내기를 하면서 위험에 빠진 길채에게 달려가다가 마지막에 화살을 맞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각각 장면에서 장현이 결국 길채를 구했지만 목숨을 잃었다면 실제 상황에서는 거기서 끝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되돌릴 수 없다.      


몇 번의 위기를 넘기면서 둘의 사랑은 깊어간다. 전쟁 속에서 서로를 좋아하지만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그들은 결국 돌고 돌아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 <연인>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고 가슴 뭉클했다는 댓글이 주를 이루었다. 인스턴트식 사랑이 많은 이 시대에 진정한 남녀 간의 사랑을 보여준 수작이라 평가 받을만 하다.      

흔히 인생을 드라마나 영화에 비유한다. ‘나’라는 사람이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마흔 중반을 살아온 나도 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썼다. 한평생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아버지와 잠시 일을 했지만 전업주부로 살아온 어머니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때부터 내 인생의 영화는 시작된 것이다. 20살이 될 때까지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부유하지 않아도 부족하지 않게 지원받으면서 모범생 라이프로 살았다. 물론 13살이 되던 초등학생 6학년 시절 아버지의 요구로 원치 않는 전학을 서울로 가면서 내 인생 영화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올해 11월에 일어난 예기치 않는 회사 퇴사도 내 인생 영화 한 장면이 되었다. 이것도 하나의 NG라고 생각했다면 다시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인생은 언제나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나가면 다시 찍을 수 없다. 편집도 되지 않아 잘라낼 수 없다. 가장 어려운 것은 앞으로 남은 이야기의 향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아직 쓰여지지 않았고, 주인공인 내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 아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빅터 프랭클은 이런 말을 남겼다. “삶은 끊임없이 촬영을 하는 영화와 같지만 되돌려 볼 수도 편집할 수도 없다.”라고. 인생이라는 영화를 잘 마무리하려면 지금 현재 여기서 어떤 행동을 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이 될지 판가름 날 것이다. 내가 시작한 모노드라마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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