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년전 여름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책에서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그 사람의 부고소식을 야근하다가 들었는데, 이후 손이 벌벌 떨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영정사진을 통해 바라본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 내 마음은 어떤 뾰족한 것에 베인 것처럼 너무나 쓰라렸다. 그 당시 이별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뒤섞여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전에 잘 만나고 있던 그녀의 마음을 내가 가진 칼로 많이 베어 상처가 쌓였을지 모른다. 손을 베인 것보다 마음을 베이면 그것이 아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2.
시간이 지나 결혼을 했다. 신혼시절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날카로운 말로 아내의 마음을 수시로 베었다. 회사일로 받는 스트레스를 집에 와서 괜히 아내에게 짜증을 낸 적이 많았다. 틈틈이 일을 하면서도 육아와 가사를 하는 아내의 고충은 몰라주고 단지 힘든 내 처지에 불만이 생겨 툭툭 던지는 한마디로 아내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아마 아내가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벌써 나는 한번 갔다 온 사람 취급을 받았을지 모른다. 지금도 그렇게 좋은 남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 칼로 아내의 마음을 베는 행위는 멈추어야겠다.
#3.
재작년 글을 쓰면서 다양한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 모임에서 참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 시간이 갈수록 몇몇 사람들의 말에 나는 또 마음을 다쳤다. 반대로 내가 가진 칼로 몇몇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서로에게 너무 바라는 게 많았거나 자기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서로 이용만 하려고 했기 때문에 양쪽 다 마음을 베여 상처만 남았다. 마음을 베이면 그 상대방을 원망하고 미워하게 된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그 베인 마음의 상처가 아물게 되면 다시 보고 싶어진다.
#4.
살다보면 내 마음이 누군가에 의해 베인다. 또 나는 그 누군가의 마음을 벤다. 마음을 베고 마음에 베이게 되면 참으로 아프다. 나도 아프고, 그 사람도 아프다. 손을 베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거나 응급처치를 통해 금방 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베인 마음의 상처는 금방 조치가 되더라도 그 후유증은 오래간다. 나는 내가 가진 칼로 누군가의 마음에 또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