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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17. 2023

너무 많은 생각도 병이다

“아! 그때 이렇게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잘못 말했어.”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또 아이에게 화를 냈네.”

“술을 안 먹는다고 해놓고 또 입에 대버렸네.”

“오늘 원고 하나 다 완성하기로 했는데, 몇 줄 쓰지 못했네.”     


이것 말고도 많지만 위에 언급한 구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 한 개 이상 혼잣말이나 속으로 한 번쯤 내뱉은 경험이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을 자꾸 곱씹어 생각하면서 후회한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른 선택을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같이 공존한다. 나는 그런 생각이 너무 많아서 쓸데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만 푹푹 쉬면서 그 시간을 온통 고통으로 보냈다.      


이번에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8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나오게 되면서 2주 전까지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온 것은 희망퇴직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감정이 모두 무너졌다. 몇 날 며칠을 멍하게 모니터만 바라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과 나를 이렇게 만든 회사에 대한 분노만 가득했다. 또 한편으로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의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기면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 내 머릿속은 온통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찼다.   

   

‘왜 같은 상황을 또 반복하게 만들었을까?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아니었을까?’ 등 내용만 계속 떠올랐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다른 일은 뒷전이었다. 지금 이런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닌데, 자꾸 끝난 상황에 대해서 다시 곱씹기만 했다.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다 보니 감정은 더 가라앉았다.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생각에만 잠겨 있다 보니 아내와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무표정한 나를 보고 말을 걸어도 퉁명스럽게 대답하니 당연히 가족도 눈치보다가 결국 짜증냈다. 부정적인 기운을 가까운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도 참 좋지 않는 행동인데, 그걸 알면서도 고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인생에 좋지 않는 일이 생기면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 하는 일이 꼬여서 자꾸 예전에 잘 나갔던 과거의 영광을 들추거나 앞으로 이렇게 살다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는 불안함 등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 그 상상과 함께 고통이 시작된다. 이렇게 고통을 느끼는 것은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현상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단순히 일어날지도 모르는 재난을 눈앞에 떠올리며 미리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  


위 구절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람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정하고, 이미 지나간 과거에 먹이를 주거나 오지 않는 미래가 불안해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증폭을 키워서 자신의 고통을 키운다.     

 

사람은 좋은 생각 보다 나쁜 기억을 더 선명하고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오래 간직한다. 이런 순간에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다. 이제 끝난 과거는 고이 보내드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설레임과 두려움 반으로 편하게 기다려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지금 일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 저녁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생각할 때는 확실하고 차분하게 해야 하지만,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내 눈앞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바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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