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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19. 2023

마음이 불안하다면, “이것”부터 시작하자

며칠 전 오랜만에 1년간 연락이 없던 지인과 통화했다. 안 그래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던 차였다. 먼저 몇 번 전화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했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처럼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잊고 지냈다. 전화 받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어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황 작가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도 뭐 많은 일이 있었네요. 요새 다시 정신 차리고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올해 참 다사다난했네요. 올해 초까지 사업이 잘 되었는데,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다 정리했어요. 손해도 많이 봤네요.”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에요?”     


그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과 해외 구매대행을 위주로 활동하면서 많은 제품을 팔았다. 사업수완이 좋아서 여러 사람이 그에게 동업하자는 제안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보니 자신이 믿을 사람이 아니라면 다 거절했다.      


봄에 다른 지인에게 한 사람을 소개받았는데, 참 친절하고 싹싹하게 말을 잘 들어주었다고 했다. 사업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이것저것 선물이나 음식도 챙겨주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다. 그를 신뢰하게 되자 본인이 먼저 자신이 하는 사업을 도와줄 수 있냐고 제의해서 흔쾌히 그 사람도 같이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고 전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를 너무 믿었는지 쇼핑몰 아이디와 비번도 공유하고 매출 관리도 전적으로 맡겼다. 몇 달동안 매출을 더 일으키는 능력까지 보여주니 더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그가 올해 벌었던 모든 돈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연락이 두절 되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에게 그동안 잘해주셔서 감사했고, 찾지 말라는 한 통의 문자 인사가 끝이었다. 한순간에 모든 재산을 잃어버린 지인은 망연자실했다. 그 일이 터진 것이 11월 중순이었다. 배신당했다는 느낀 지인은 매일 술 마시면서 그 사람을 원망했다.      


짧게 들었지만 너무 안타깝고 나도 화가 났다. 지인도 다시 정신 차리자고 마음먹고 절대로 사람은 믿을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뭐라고 위로하기가 애매해서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고 인사를 나눈 뒤 마무리했다. 세상에 정말 믿을 사람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지인의 목소리에서는 깊은 불안이 느껴졌다. 마음이 불안하다 보니 나에게 전화했다는 한마디에 뭔가 모르게 찡했다.      


나도 요새 마음이 참 불안했다. 나름대로 글도 쓰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명상과 운동을 병행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아지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마음이 불안해지는 이유가 인간관계가 큰 지분을 차지한다. 즉 불필요한 관계가 많을수록 마음이 불안하다. 굳이 만나서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도 나이가 들면서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해졌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모임이 있거나 약속을 먼저 잡아서 만났다. 좋을 때는 좋은데, 만나다 보면 쓸데없는 대화를 이어 나가거나 지적당하다 보니 불편했다. 시간을 내어 나갔는데, 헤어지고 나면 남는 게 없고 허무했다. 즉 이런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마음이 불안할 때 청소나 정리하라는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거나 책상 정리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연스럽게 나와 맞지 않은 인간관계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만나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연락이 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친구가 없다고 해서 외로운 게 아니다. 관계를 단조롭게 하고 일상을 단순화시키니 마음이 좀 더 한결 가벼워졌다.     


혹시 마음이 불안한가? 아마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많을 것이다.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거나 소중한 시간을 뺏는 관계라면 빨리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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