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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18. 2023

오늘 쓰는 글만 생각하자

“아, 이 원고 언제 다 써야 하지? 종이책은 최소 35~40꼭지를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처음 책 쓰기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저 많은 원고를 언제 다 써야 하는지 막막했다. 한 꼭지 원고 쓰는 것도 벅찬데, 괜히 책을 쓴다고 한 건 아닌지 살짝 후회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내 인생에서 절실하게 이룰 꿈 하나를 발견했기 때문에 멈추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작가는 되고 싶은데, 초고를 어느 세월에 다 써야 할지 고민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처음부터 언제 다 쓰지? 라는 생각이 머뭇거리게 만든다. 생각 자체가 벌써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다 보니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지레짐작 겁부터 먹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다 보니 역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가가 되고 나서 처음 준비했던 책 제목이 <모멘텀>이다. 혼자서 쓰는 것이 어렵다 보니 다른 책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목차를 완성했다. 목차를 완성했으니 이제 초고를 쓰는 일만 남았다. <모멘텀> 책의 목차는 총 6장 6꼭지로 만들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합치면 총 38꼭지의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보통 1꼭지 원고 분량이 한글 프로그램 기준 A4 1.5~2장 내외다. 약 80장 정도의 분량이다. 하루에 1개의 꼭지 원고를 쓴다고 가정하면 80일 정도 걸린다. 장기간 레이스다.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초반에는 의욕적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그 동안 모아놓았던 자료도 이용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몇 줄 쓰다 보면 최소 1.5매 분량을 채우는 것도 힘들어 그만둘지 고민한다. 첫 꼭지부터 이렇게 막히는데 남은 37꼭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졌다. 초고를 3개월에 써야 한다고 배웠는데, 조급증이 생긴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일이 더 꼬인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내가 왜 책 쓰기를 한다고 했는지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또 원고를 쓰려고 하면 힘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렇게 진행하다가 죽도 밥도 안될 거 같았다. 하루 정도 원고를 쓰지 않고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차분하게 생각했다.      


해결책이 하나 떠올랐다. 초고 작성을 SNS 글쓰기로 생각하기로 했다.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에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매일 작성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 꼭지 원고 쓰는 것도 오늘 내가 쓰는 한 편의 글로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38꼭지 전체를 놓고 언제 저걸 다 쓰지? 라고 고민하기 보다 오늘 쓰는 한 꼭지의 원고만 신경 쓰기로 한 것이다. 오늘 한 꼭지의 원고를 어떻게든 완성한 후 다음 꼭지 원고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자 원고를 작성하는 것이 편해졌다. 무엇이든 마음이 좀 편해져야 진도가 술술 나간다. 블로그에 한 편 포스팅 해서 도움을 준다고 마음먹고, 꼭지 하나씩 매일 써나갔다. 그렇게 쓰다 보니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책쓰기 초고는 긴 호흡으로 써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루에 한 편 타인에게 도움이나 위로를 준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오늘 쓰는 글에만 집중하자. 하루에 한 꼭지 원고를 다 완성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게 어렵다면 일주일에 3꼭지 분량의 원고를 완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된다. 한 꼭지의 반이라도 좋으니 오늘 내가 쓰기로 한 분량만큼 꼭 쓰도록 하자.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고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은 행위다. 오늘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한 줄이라도 쓰고 있다면 그것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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