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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26. 2023

한 번 내뱉은 말은 어떻게든 지키자

몇 달 전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근황을 서로 이야기했다. 그러다 한 지인이 나에게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로 물었다.      


“지난주까지 우리 협회에 칼럼을 써주기로 했잖아. 어떻게 되었어?”

그 말을 듣자마자 아차 싶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다 써놓았는데 보낸다는 사실을 깜빡했다고 애써 둘러대었다. 이따 돌아가면 바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야!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와 했던 약속이 그렇게 우스워?”

지인이 정색하자 술자리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모두가 그 지인과 나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나도 얼어붙었다. 다른 지인이 뭐 그런 걸로 그렇게 화내냐고 그 상황을 넘기려 했지만, 이미 그는 분노에 차 있었다.      


“한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지! 네가 먼저 나에게 부탁했잖아. 무슨 사람이 이랬다 저랬다 해? 그냥 칼럼 쓰는 일은 없던 것으로 해.”

그 한마디를 남기고 옷을 챙겨 나가버렸다. 술자리는 이미 파장이 되었다. 다른 지인도 나를 보더니 혀를 찼다. 왜 먼저 이야기 꺼내 놓고 지키지 않았냐고 한마디 했다. 더 이상 나도 술자리에 있는 것이 부끄러워 먼저 자리를 떴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먼저 쉽게 말을 내뱉고 나서 지키지 못한 적이 많았다. 아이들의 학교나 유치원 행사도 먼저 간다고 해놓고 다른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가지 못했다. 친구에게 장난을 그만 치겠다고 다짐했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똑같은 행동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술로 인해 실수도 많았던 터라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또 음주를 반복한다. 말이라는 것이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는데,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아마도 주변 사람에게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마도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생각하지 않고 쉽게 내뱉은 한 마디가 결국엔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왔다. 자꾸 했던 말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게 쌓이다 보니 당연히 믿음이 없는 사람으로 찍힐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번 내뱉은 말을 기억하고 지켰어야 했다. 사소한 말과 행동이 모여 그 사람의 그릇을 만든다. 나는 그 점을 너무 간과했다.      

이런 점을 극복하고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자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왜 내가 그런 말을 먼저 하고 번복하거나 잊어버렸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기 성찰을 통해서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멘토나 신뢰할 수 있는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둘째, 자신 언어에 대한 일관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타인과 의사소통할 때는 명확하게 내가 원하는 바를 말한다. 어떤 약속이나 부탁 등은 신중하게 오랫동안 생각한다. 확신이 없다면 결정 내리지 말고 또 생각하자. 한 번 내뱉은 말은 지킬 수 있도록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으로 신뢰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한 번 신용을 잃으면 다시는 그 사람에게 같은 부탁을 하지 않는다. 가벼운 사람처럼 여길 수 있다.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장기적으로 관계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말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생각했을 때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쉽게 말을 내뱉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한 마디가 당신의 인생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어른들이 말은 적게 하라고 하는 이유를 이제야 깨닫는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준다. 아마 나도 말 때문에 내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았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괜히 허세 부리면서 쓸데없는 말은 내뱉고 있지 않은지 한 번 돌아보자. 말만 잘 사용해도 당신의 인생이 더 근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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