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Dec 26. 2023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도 지상낙원은 없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겠습니다.”

“뭐가 그렇게 힘든데? 일이 많아서?” 

“일도 많고, 여기 있으면 너무 스스로 피폐해지고 우울합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너만 힘들어? 다들 버티면서 사는데 왜 그래? 나가!”     


일도 많았지만,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매주 자료를 힘들게 작성해서 가져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신공격이다. 자료 내용을 검토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지적받으면 오히려 양반이다. 그저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을을 그렇게 무시하고 욕까지 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우울증이 심해졌다.      


딱 10년 전에 다녔던 회사 이야기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했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참고 업무에 임했다. 그러나 내 안에서 계속 곪아 터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무기력해졌다. 어차피 자료를 작성하여 가져가도 또 욕을 먹을 상황인데, 대체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사표를 내고 그만두었다. 다시 새로운 회사로 옮겼다.      


그 회사에서 상사는 매일 아침 2시간 동안 지적했다. 검토한 내용은 보지 않고, 글씨체가 이상하다느니 위아래 여백이 차이가 왜 이리 많이 나는지 등으로 혼이 났다. 여기도 왜 이럴까 하면서 몇 개월 다니다가 또 사표를 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그렇게 회사를 4곳을 옮겨 다녔다. 회사 다닐 때는 그곳이 지옥이라 생각해서 여기만 벗어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또 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쳐 나와 새로운 곳에 도착했지만 그곳도 낙원은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첫째, 아무리 힘들어도 그 안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둘째, 그런 부정적인 상황을 만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막연하게 ‘아니야. 잘되겠지.’ 라고 생각하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셋째, 근본적인 원인이 파악되지 않다 보니 그 문제에서 도망가거나 벗어날 궁리만 한다. 당장 그 상황을 벗어나면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다시 반복되어 같은 굴레에 빠지게 된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인생이 망가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잦은 이직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임금 체불, 해고 등 타의에 의한 사유도 있었지만, 관계나 업무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단지 거기에서 도망가기 급급했던 자발적 퇴사가 더 많았다.      


지금 일어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되, 그 문제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기로 했다. 계속 도망만 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2017년도 이젠 전 직장이 되어버린 회사에 지인 소개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가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약 8년을 버텼다.      


그리고 다시 이번에 나오게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한다.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이 있기에 힘들어도 제대로 그 고통을 마주하면서 극복하고 나아갈 생각이다. 이젠 더 이상 도망갈 장소도 없다. 퇴로가 없으니 여기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참으로 끈기도 인내도 없었다. 조금만 수가 틀리면 도망갈 궁리부터 했으니 창피하고 부끄럽다. 어디서 무엇을 시작했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을 보는 것이 맞다. 책을 쓰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익혔다. 한번 도망자는 영원한 도망자다. 이제는 도망자가 아닌 개척자로 살아갈 타이밍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도망쳐서 도착한 어느 곳에도 낙원은 없다. 지금 있는 여기서 하는 일을 좋아하고 최선을 다하자. 아니 끝을 보자. 모든 시간을 거기에 쏟아붓자. 그러면 못 이룰 일이 없다.      

#도망쳐서도착한곳도낙원은없다 #지금 #여기 #현실 #있는그대로받아들이기 #자이언트라이팅코치 #닥치고글쓰기 #인생 #라이팅 #인문학 #마흔이처음이라 #당신만지치지않으면됩니다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누구나 2장을 쓰면 작가가 됩니다. 글쓰기 공부도 같이 하는 

전자책 공저 15기 모집중입니다!

https://blog.naver.com/a001aa/223296628045


매거진의 이전글 한 번 내뱉은 말은 어떻게든 지키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