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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30. 2023

그저 좋아서 하다 보니

나이가 드니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어도 별로 감흥이 없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늘 듣는 몇 개의 캐롤이 있다. 그중에 가장 많이 듣는 노래 중 하나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다. 워낙 유명한 노래라 한 번만 들어도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캐롤을 만든 작곡자는 어빙 벌린으로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이다.      


그는 4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게 되었지만, 집안 환경 자체가 가난했다. 그렇다 보니 학교도 중퇴해야 했다. 평생 차이나 타운에서 피아노와 기타를 치는 웨이터로 시작해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1,500곡의 음악을 만들었다.      


그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다 보니 체계적으로 음악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악보를 볼 줄 모르다 보니 악상이 떠올라도 그릴 수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악보를 그려서 한 편씩 완성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음악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한다. 어떻게 어빙은 이렇게 해서 1,500곡의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가 말년에 인터뷰한 내용을 참고하니 잘 알 수 있었다. 어빙의 대답은 딱 한 마디였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라고. 그저 음악이 좋아서 악상을 떠올리고 그것을 옮겨 작곡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자신이 한낱 작은 가게의 웨이터로 일하고 있어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음악에 매일 자신의 온 열정을 바쳤다.      

그도 처음에 만든 음악은 사람들에게 많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실패작이 더 많았다. 아무도 그의 음악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전혀 어빙은 신경 쓰지 않고 작품을 만들었다. 하나씩 나올 때마다 조금 나아지는 그의 음악에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1929년 미국에 들이닥친 경제 대공황으로 완전히 일자리를 잃었지만, 오히려 작곡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웃으면서 작곡에 몰두했다. 그렇게 그저 음악이 좋아서 작품을 만들다 보니 1942년 희대의 명곡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사실 며칠 동안 글을 계속 쓰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내년이면 글을 쓴 지도 9년차다. 그동안 많은 글을 SNS에 올리고, 책을 출간했지만, 독자에게 큰 반향이나 관심을 주는 작품은 없었다. 아직 내 글이 많이 부족해서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어디서 본 듯 하거나 예상이 뻔한 글을 쓰다 보니 그리 독자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 이유도 있다.       


그저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잠깐 잊고 있었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 행복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시간이 지나고 글쓰기가 수월해지면서 기계적으로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매일 꼭 한 편의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오히려 즐겁지 않았다. 억지로 써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글을 쓰니 다 쓰고 나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쓰는 글에 정성을 다하지 못했는데, 어떤 독자가 이런 글을 읽고 도움이나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다시 예전처럼 그저 글쓰기가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 매일 한 편 쓰지 않아도 괜찮으니 즐겁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려고 한다. 어빙 벌린이 평생 동안 음악을 만든 것처럼 나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쓸 예정이니 실패작이 많아도 다시 한번 털어내고, 다시 다음 글을 쓰면 그만이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냥 계속하자. 내년에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진심을 다해 계속했으면 좋겠다. 꼭 돈이 되지 않더라도 그 행위 자체만으로 근사한 인생을 만들 수 있다. 그저 좋아서 시작했던 글쓰기가 내 운명을 다시 한번 또 바꾸어 줄 거라 믿는다. 언젠가는 어빙 벌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같은 불멸의 명작을 꼭 남길 것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저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꾸준하게 하자. 지금은 보잘것없더라도 결국엔 고귀한 자산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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