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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04. 2024

꽃은 그냥 피지 않는다

지난 연말 주말에 동네 뒷산에 올랐다.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왜 이리 내 인생은 남들과는 다르게 흘러갈까? 산을 오르고 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아직 겨울이라 나뭇가지에는 잎이 하나도 없다. 우연히 올라가다가 한 송이의 꽃을 발견했다. 이 추운 계절에도 꼿꼿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꽃 색깔은 보라색이다.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보니 팬지라는 꽃이다.      


한참 쳐다봤다. 이 엄동설한에도 저렇게 피는 꽃이 있구나 하고 속으로 감탄했다. 또 저렇게 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바람을 견뎌냈을지 측은지심이 들었다. 그 꽃을 보는 순간만큼 기분이 좋으면서도 나도 저렇게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인생이 왜 이렇게 풀리지 않는지 다시 생각했다. 의외로 답은 쉽게 나왔다. 너무 편하게만 살려고 생각했다. 인생의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도망갈 궁리를 먼저 했다. 쉽게 포기했다. 자꾸 도망만 다니다 보니 인생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흔이 넘어서야 조금씩 내 문제를 제대로 보고 마주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매일 조금씩 글을 썼다. 글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난관을 만난다. 어떤 주제롤 쓸지, 구성은 어떻게 할지, 단어와 문장을 조합은 괜찮은지 등등 매 순간 분투하게 된다. 그렇게 해야 하나의 글을 탄생시킬 수 있다.      


아마도 직장도 계속 옮겨 다닌 이유도 그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흔 후반이 되어서야 왜 내 인생이 좀 더 나아지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매 순간 부딪히면서 맞서 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나마 글쓰기가 매 순간 끊임없이 싸워 얻어낸 나의 전리품이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내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집중할 수 있는 몇 가지만 남기고 거기에 매일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 냈다. 너무 많은 것에 욕심을 냈다.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은 욕심만 컸다.   

    

오늘 글쓰기 사부님 이은대 작가의 <문장수업> 마지막 미니 강의에서 이런 구절이 나왔다. 사부님의 힘이 실리고 진지한 목소리에 더 공감했다.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선택지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이것저것 다 잘하려고 하다 보니 내 인생의 꽃은 더 이상 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 가지려고 하다가 모두 놓친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올해는 지금 하는 업무, 글쓰기와 독서, 강의, 명상 등을 제외하고 많은 것을 내려놓을 것이다. 소홀했던 가족에게도 좀 더 신경 쓰려고 한다.   

   

결국 꽃도 많은 비바람을 견디면서 스스로 피우기 위한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서 매일 싸웠다. 꽃도 절대 그냥 피지 않는다. 사실 마음이 아직도 두렵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매일 만나는 일상에서 분투하면서 나만의 꽃을 다시 피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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