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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16. 2018

여러 개의 나


나는 직장인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6시 퇴근 전까지 일을 한다.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생계수단을 차지하고 있고, 일을 하면서 얻는 보람도 크다.     


나는 아빠다. 사실 결혼하고 아내와 아이를 몇 명 낳겠다고 계획한 적은 한번도 없다. 의도치 않게 하늘에서 세 명의 축복을 보내주신 것에 감사한다. 아직도 육아를 하는 방식이 서툴러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나처럼 세상에 잘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임무다.     


나는 작가다. 글을 쓰는 시간이 요샌 가장 행복하다. 전업 작가가 아니라서 글을 쓰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시간이 날때마다 한줄이라도 써보려고 한다. 글을 쓰면서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나를 위로하고 싶어 한줄 써내려갔지만, 지금은 단 한명의 상대방이라도 내 글을 통해 같이 공감하고 싶어 계속 쓰게 된다.    


나는 독서가다. 책을 읽는 시간도 글을 쓰는 시간만큼 행복하다. 온전하게 시간을 내기 힘들어 틈틈이 책을 읽고, 저자들의 메시지를 배우고 경험한다.     


나는 강연가와 강사다. 이제 막 시작했지만 내가 하는 강연이나 강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꿈이 있다.       


나는 부모님의 자식이다. 어릴때부터 부족한 나를 키우고 뒷바라지 하신 부모님에게 참 감사하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라도 사람구실을 조금 하고 살 수 있게 한 것도 다 그분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난 과연 우리 아이들을 부모님처럼 키울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아내의 남편이다. 처음 만나서 딱 1년 연애하고 결혼했다. 결혼하자마자 첫째아이를 임신하여 신혼을 즐길 시간도 없었다. 신혼부터 10년차인 지금까지 아내에게 잘해주지 못한 게 많다.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며 싸운 날이 대부분이다. 나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제야 조금씩 아내에게 정말 미안함을 느낀다. 아이들을 키우고 나를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남편 노릇도 잘해야겠다.     


나는 장인어른의 사위다. 7년째 한 집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 아내가 외동딸이고, 장모님은 계시지 않는다. 처음에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래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그러나 역시 사위와 장인의 관계는 어렵다. 아버님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부모님처럼 대놓고 뭐라 하시지 않는다. 가끔 술자리에서 훈계를 하시지만, 나는 그게 잔소리처럼 들려 못마땅하게 생각한 적도 있다. 어르신을 모시고 살때는 예의를 잘 지켜야 하는데, 가끔 나도 그렇게 하질 못한다.     


나는 누구의 친구이자 선배, 후배다. 그들을 만나면 즐겁다. 먹고 사는게 바빠서 죽마고우나 지인들을 잘 못 만나고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     


나는 황상열이다. 소심하고 겁이 많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들이대는 것을 좋아한다. 끈기가 가 부족하여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중이다.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만 세서 나를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쓸데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판단하여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연습도 같이 한다.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도와주고 싶은 목표가 있는 사람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건 없다. 적어도 욕은 먹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고 들이대는 수 밖에..

그렇게 오늘도 달려본다.     


#여러개의나 #단상 #인생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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