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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19. 2024

인생이 피곤한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제가 남의 눈치를 과하게 보는 편이라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지만, 계속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참 힘드네요. 남들보다 적응하는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해서 괜히 민폐만 끼치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잘 할 수 있을지 그게 고민이 되어 여기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한 질문자가 법륜 스님에게 질문한다. 묵묵히 듣고 있던 스님은 다시 질문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업이 전공인가요? 그것 말고 다른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게 되면 원래 하던 일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것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이미 선택했는데, 뭐가 그리 불안해 하나요? 남들보다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것은 치료를 요하는 것이에요.”     


영상을 보다가 스님의 이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꼭 나를 보고 하는 이야기 같았다. 요즘 내 모습이 영상 속의 질문자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오늘로 새로운 회사에 출근한 지 3주가 되었다. 여전히 아침에 출근하면 긴장이 많이 된다. 퇴근하면 새로운 환경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내가 참 예민한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작년 연말 전 직장에서 나오게 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했다. 마흔 중후반의 나이가 되니 나에게 맞는 일자리는 없다고 단정했다. 왜 그리 생각이 많은지 스스로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직장을 구하고 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또 다른 관점의 고민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에 가서 일에 집중하게 되면 그런 고민은 사라진다. 쏟아지는 업무를 하나씩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시 퇴근하면 앞으로의 일 걱정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오늘 외근을 마치고 왜 이렇게 인생이 피곤한지 알게 되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겁을 먹었다. 그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을 미리 사서 하고 있다. 그때 가서 닥쳐서 일어나면 해결해도 되는데, 자꾸 잘못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또 예전 편했던 과거의 일이 자꾸 떠올랐다. 지나간 과거에 자꾸 먹이를 주고 있다. 그 당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다시 힘든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거라고 자위하면서 후회하는 내 모습이 싫어진다.      

자꾸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다 보니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은 2024년 1월 19일에 있는데, 자꾸 흘러간 시간과 오지 않은 세월에 집착하다 보니 자꾸 인생 자체가 피곤해졌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온전하게 현재에 집중하자고 했지만, 정작 내가 그렇지 못했다. 삶과 글이 일치되지 않았다. 이렇게 삶과 글이 다른데 어느 누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할 수 있을까? 부끄러웠다.      


인생이 피곤하지 않으려면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여 할 수 있는 일에만 열중하면 된다. 할 수 없는 일은 내가 어찌할 수 없기에 기다리면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면 그만이다. 그런데 자꾸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까지 걱정하고 있었다.  

    

또 하나 인생이 피곤한 이유는 온전하게 내 하루를 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어느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글쓰기도 업무도 여기까지 하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처리했다. 좀 더 찾아보고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자꾸 일이 잘못 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인생이 피곤한 이유를 찾았다. 해결책은 오늘 하루만 사는 연습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딱 하루에 일어나는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주간 단위로 큰 틀의 계획은 세우지만, 하루 단위로 꼭 해야 할 일만 우선순위를 정해서 처리하고 있다. 내일 해야 할 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순간 고민하기로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인생이 피곤한가? 한번 지나간 과거에 계속 먹이를 주고 있지 않는가? 오지 않는 미래 걱정에 불안에 떨고 있지 않은가? 오로지 오늘 하루 지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좀 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근심 걱정 없는 사람은 없다. 나 포함 다같이 오늘 하루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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