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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20. 2024

자신에게 지킬 대상이 있다면 끝까지 버틸 수 있다

유튜브 영상을 가끔 시간 날 때마다 본다. 요새 즐겨보는 콘텐츠는 인생 제2막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원치 않은 퇴사나 퇴직으로 인해 방황하다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 미리 회사 다닐 때부터 준비하면서 자신의 업을 만들고 있는 사람, 투자 등 재테크로 자산을 만드는 사람 등 다양하다.      


특히 중년의 퇴사 후 어떻게든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었다. 11년 전 다녔던 네 번째 회사의 해고와 작년 연말 예기치 않았던 희망퇴직 등을 겪고 나서 언제까지 직장이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겼다. 마흔이 넘어 회사 다니면서 다른 사업도 준비하겠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절실하지 않았던 건지, 회사 일을 병행하면서 하다 보니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했던 것인지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작년 연말 오랜만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늘 성과는 제자리걸음이다. 한걸음 만 더 나아가면 고지가 보일 듯 한데, 그렇지 못하니 마음만 더 무거웠다. 힘이 빠지다 보니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본업까지 망가져 버리니 이제 다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놓아버린다면 남아 있는 가족의 생계는 어떻게 챙겨야 하고, 어떤 일을 해야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 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결국 봉착하게 된다. 지켜야 할 대상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힘든 인생이지만 다시 한번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 70대 중반이 되신 아버지도 여전히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사회생활만 47년째다. 딱 내 나이 만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버지기 47살에 IMF 시기를 겪었다. 잘 다니던 대기업에서 나오게 되어 가정 경제가 그때부터 좋지 않았다. 회사 다니면서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힘들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어떻게든 직종을 바꾸어 가며 50대와 60대를 버텼다. 얼마 전 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었냐고. 너하고 동생 학교 보내고 다 키우려면 책임 져야지.       

아버지는 어머니, 나와 여동생의 생계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끝까지 버텼다. 대기업의 반의 반도 안되는 월급을 받고 하루 종일 일했다. 이제야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일인지 깨닫고 있다. 냉혹한 현실에서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버지에게도 지킬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먹어도 가족에게 자꾸 징징대는 편이다. 작년 연말 비자발적 퇴사 후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다가 어느 날 너무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라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동안 서러웠던 감정이 폭발하고 격해졌는지 스마트폰을 들고 한참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가 힘들어도 회사 잘 다니고 버텨라! 라는 한 마디가 다시 힘을 내게 해주었다.      


결국 인생의 성패는 얼마나 잘 견디고 버티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끈기와 인내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긋하게 끈기와 인내로 버티는 사람들이 결국 한 자리씩 꿰차는 모습을 많이 봤다. 끈기와 인내가 부족했던 나는 여전히 떠돌다가 이제 좀 자리를 잡는 중이다. 그들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자신에게 지킬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책임감이 그들을 여전히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나도 지켜야 할 대상이 있기에 힘들어도 다시 견디고 버텨보려 한다. 인생을 사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참 버겁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래도 한 번 웃으면서 털고, 자신이 지켜야 할 대상을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도 잘 한번 살아보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켜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같이 힘내길 바란다. 당신만이 그들의 근사한 보호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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