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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21. 2024

마흔이 넘으면 알게 되는 것들

우리 나이로 벌써 마흔 하고도 7년째 살고 있다. 예전 어른 말씀처럼 그 나이대에 맞게 시간이 흘러간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체감하는 중이다. 마흔은 정말 아저씨라고 생각해서 나에게는 먼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내가 그 나이를 지나 이제는 오십으로 가고 있다. 마흔 중후반이 되면서 점점 인생을 살면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짐도 같이 느끼는 중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보통 80세 정도가 적정 인간의 수명으로 보고 있다. 마흔의 나이는 중간이다. 마흔을 기준으로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눌 수 있다. 마흔이 지나면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마흔의 나이를 다른 말로 ‘불혹’으로 표현했다. 더 이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흔은 살아보니 오히려 더 세상의 유혹에 많이 흔들린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다. 순식간에 바뀌는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온몸을 짓누른다. 이기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항상 공존한다.      


2030 시절 내 성향과 외부 요인으로 이직이 잦았다. 직장 생활만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에 월급이 밀리면 답이 없었다. 회사의 어떤 상황, 관계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바로 결단했다. 끈기와 인내의 부족으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간 마흔 이후의 삶은 더 비참해질 것 같았다. 다행히 마흔 전후로 만났던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진짜 인생 공부를 시작했다.      

마흔 살 입사한 7번째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 나에게 부족했던 끈기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함도 있었다. 무엇이든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글쓰기도 병행했다. 직장인과 작가의 삶을 선택하면서 나의 마흔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역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작년 연말 마지막 직장이라고 여겼던 곳에서 희망퇴직 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나의 마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마흔이 되고 나서 알게 된 것이 많다. 그중에서 “인생은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마흔 전까지 목표했던 것들은 다는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많이 이루었지만, 마흔이 지나서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삶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겁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회사에서 위아래로 치이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도 서로 필요할 때 이용하다 보니 상처를 많이 받는 시기이다.      


타인을 위해 살다 보니 정작 나에게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돌아보니 공허하다. 나를 위한 시간을 온전하게 써 본 적이 없다.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니 나이만 먹었다. 지난 시간을 다시 돌이켜보면 인생을 제대로 즐길 여유는 있었는지 반문하게 된다. 아이를 키워야 하고, 집안 경제가 무너지면 되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나도 그랬다. 마흔이 넘어 아버지가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 나이에 대기업에서 실직했던 아버지도 넘어질 만도 한데, 아무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마흔 후반, 오십과 육십을 보냈다. 왜 내 삶은 이렇게 잘 풀리지 않는지 고민은 했을 거라고 알지만, 아마도 지금의 나처럼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기억으로 당시 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고달픈 현실을 그대로 느낀 얼굴인데, 힘내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아버지도 꿈이 있다고 했는데, 현실적인 이유로 너무 멀리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흔이 넘어 알게 되는 것은 결국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질문과 해결책이다. 마흔 이후로 지금까지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살았던 내 삶의 기준을 이제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나는 과연 내 인생의 주인공인가 아니면 노예인가?’, ‘앞으로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온전하게 내 삶을 누린 적이 있는가?’ 등 질문이 아마도 나로 살게 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흔을 만나고 있다면 이제는 ‘나’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자. 나도 한 번 제대로 마흔을 보내고 있는지 위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보겠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마흔 이후의 중년을 같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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